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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 찬반 갈려 2019-07-23 21:44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의료계, 감염·위해성 시각 차이


【에코저널=서울】의료기관에 발생,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로 제외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지정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한 ‘폐기물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병원에서의 의료폐기물 관리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고, 감염 여부를 구분해 배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의 관련 조사·연구를 맡은 단국대 미생물학과 김성환 교수는 “조사 대상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각종 감염병균이 검출돼 보건학적으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기에 입법예고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연구 결과만으로 일회용기저귀 감염·위해성 단정 못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이석현 의원과 신창현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김성환 교수는 “입법예고한 내용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좀 더 많은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 조사를 수행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안전한 방향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지난해 말부터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97곳의 요양병원 기저귀 폐기물에서 법정 감염병균 및 제2군 위험군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에서 검출된 감염병균은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프로테우스균(Proteus mirabilis), 부생성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saprophyticus),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이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에서 법정감염병균에 해당하는 폐렴구균 및 제2위험군균 등이 상당 수준 검출돼 일회용기저귀에 대한 철저한 감염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병원균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어 요양병원 감염균 관리 실태의 안전성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감염 우려가 높은 일회용기저귀만을 철저히 가려내 분리 배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를 제도적으로 감시할 여건이 제대로 마련됐는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혹시 감염 기저귀가 일반폐기물로 배출돼 감염병 확산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환경부 개정안은 아직 보건학적으로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실태에 대한 의구심 역시 작지 않다”며 “이에 좀 더 많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한 일회용기저귀 처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올해 감염병관리위원회 참여 부처가 9개로 확대되는 등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범부처 대응이 강화된 상황에서 환경부 주도로 진행되는 일회용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전환 시도는 정부의 감염병 예방관리에 허점이 될 수 있다”며 “국가 감염병균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폐기물 처리업계도 감염 우려에 따른 철저한 분리 배출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나섰다. 토론자로 나선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은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상자를 열어보면 일반 쓰레기가 상당히 많이 섞여 있는 등 병원들의 의료폐기물 관리에 미흡한 점이 많이 보인다”며 “감염 우려에 따른 일회용기저귀 분리 배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 사무국장은 이어 “만에 하나 치명적 감염균에 오염된 일회용기저귀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고 추적 처리 불가능한 일반폐기물로 처리될 경우 감염병 전파를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렇게 될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환경부의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지정 범위 완화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의료폐기물 문제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해 환경부는 물론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중립적이고 공정한 제 3의 기관에서 요양병원 일회용기저귀에 대힌 감염균 존재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감염 우려가 없다는 명확한 검증을 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뒤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다.

제도 변경이 오히려 의료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번 개정안은 수가체계상 인력 및 인프라 부족으로 요양병원 내에서 감염병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비감염성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함에 따라 얻게 되는 경제적 수익보다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어 결국 무의미한 행정 절차가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결국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가 의료폐기물 처리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이 문제는 소각장 신설이나 기존 소각시설의 증설 등 환경법적으로 해석해 풀어가야 하는 정부의 정책적 문제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료계는 조사 방법에 문제가 많으며, 연구 결과만으로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이나 위해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송영구 과장은 “시료 확보 과정에서 문제가 있고, 대조군 관련 연구가 없는 등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서 “연구결과가 환경부 정책을 반대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비감염성 환자의 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타인에게 감염성균을 전파한다고 위험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늘어나는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 “이번 개정안은 비상 대응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책 변경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환경부 권병철 폐자원관리과장은 “감염 여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곳은 의료기관으로 이들이 판단한 감염성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고자 한다”면서 “다만 일반폐기물로 분류된 일회용기저귀라고 하더라도 더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의료폐기물 전용 차량으로 운반키로 했으며,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분리 배출하게 하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앞두고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살펴보고,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 및 위해성 조사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합리적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재영 서울시립대 환경공학센터장이 토론의 좌장을 맡았으며, 김성환 교수가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미생물학적 안전성 실태조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자로는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을 비롯해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참여했다.

이정성 기자 jungsung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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