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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 미래가 행복한 ‘우이령길’ 2019-07-24 18:48




◀이용민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소장)



【에코저널=서울】올해도 어김없이 계속되는 폭염과 마른장마가 심상치 않다.

무더위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요즘,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을 찾아 맨발로 산책해 보는 건 어떨까?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편안한 길을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우이령길’을 추천한다. 평탄한 흙길을 걸으며 힘들지 않게 수려한 오봉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가끔 한 두 번의 오름짓이로 무료함을 달래주며 호젓하게 걷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올 7월은 우이령길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진 우이령길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의 우이동을 잇는 중요한 소로였으나,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청와대 피습사건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수십 년 동안 북한산국립공원의 핵심 보전지역으로 남게 됐다. 그 후 우이령길 재개통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연보존을 위한 환경단체의 폐쇄여론과 지리적 불편함 해소를 위한 지자체의 개방여론이 대립하던 중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사전 탐방예약제를 통한 탐방로 개방’으로 조정해 2009년 7월 10일, 41년 만에 우이령길을 생태탐방로로 정비한 후 개방했다. 서로 입장은 달랐지만 자연을 우선선택한 사례로 공단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개방이후 강산이 변할 10년, 무수히 많은 사람을 품어 낸 우이령길, 또 그길을 걸어온 사람들, 그 안에 동식물은 어떻게 성장하였는가? 또한, 우이령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 무엇보다 자연이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북한산국립공원에는 2013년 정밀조사에서 정규탐방로 이외 약 300여개가 넘는 샛길이 보고됐고, 그로인해 생물서식지가 심각하게 파편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서식지가 쪼개지면 결국 일정 면적 이상을 필요로 하는 야생생물들의 안정적 서식은 기대 할 수 없게 된다. 그에 비해 우이령길 일원은 앞서 밝힌바와 같이 엄격한 출입통제로 인해 샛길이 발생하지 않아 야생생물 서식지의 극단적 파편화 현상을 면하게 됐다. 현재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 숲 형태를 보이는 곳으로 공원생물의 적합한 서식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북한산국립공원 구역 중 가장 보호가치가 높은 특별보호구역의 66%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한편, 2014년 우이령길에서 멸종위기생물Ⅱ급 ‘삵’이 발견된 바 있다. 이는 북한산의 문헌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생물종의 실체가 확인된 값진 사례라 할 수 있는데 2001년에 실시한 공원자원 조사 때만 해도 북한산 자연환경에서는 삵과 같은 상위포식자의 서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었다.

이같이 서식지를 잘 보전한다는 것은 수천 종 동식물의 미래가 보장되고 나아가 국립공원의 가치는 극대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가 지정한 탐방로는 조용하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되 야생생물의 안정적 서식이 필요 한 곳을 무분별하게 다니는 행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곳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 야생생물 그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식지의 보호가 무엇보다 자연이 행복한 길이 되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사람이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핀란드, 부탄, 코스타리카, 스위스 등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다.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들 수 있다. 깨끗한 환경,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연과 사회정책에 대한 저술을 한 리처드 루브는 “사람은 자연과 다시 이어져야 건강해지고, 행복지며,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

우이령길을 걷다보면 맨발로 걷는 모습, 어린자녀를 유모차에 태워서 오는 모습, 모녀 또는 부자지간, 머리 희끗거리는 노부부가 정답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홀로 걷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우이령길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이기에,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의 모습은 여유와 행복이 아닐까 한다.

또한 유격장, 대전차방호벽 등 군사시설물 흔적이 남아 있는 우이령길에서 과거 군 생활을 회상하며 행복한 추억에 젖는 중년 탐방객과 만나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우이령길은 바쁜 일상을 떠나 앞만 보고 숨가쁘게 오르는 등산이 아닌 저지대에서 ‘함께’, ‘정답게’ ‘웃으며’, ‘손잡고’, ‘추억’을 회상하며 소통하는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가 행복한 길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산둘레길 제 1호는 우이령길이라 자부한다.

이미 조성된 우이령길은 둘레길의 모델이 되어 2010년 정상정복 등산문화를 개선하고 저지대 수평문화 정착을 위한 공단 최초 북한산 둘레길의 시작이자 끝을 장식했다. 이처럼 수평적 탐방로의 시초인 우이령길을 통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같이 만들어 가는데 길이 가진 많은 역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경기도와 서울을 이음, 자연과 사람을 이음, 더 나아가 백두산과 북한산과의 이음을 우이령길을 통해 기대해본다.

우이령길은 일일 1천명이 예약하고 들어갈 수 있는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손님의 마음으로 정해진 길, 정해진 시간을 걸으면서 서산대사의 시처럼 지금 내가 걸어가는 내 발자국이 나의 미래 후손이 지나가는 발자국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처음의 우이령길을 물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정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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