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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이산가족 한(恨) 품은 ‘애기봉’ 2022-09-10 07:47
한강의 시원(始原)을 따라(79)

【에코저널=서울】길을 오래 걸으면 집이 가까워진다’고 했던가? 지난 2월 한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 검룡소에서 출발한 한강 514㎞ 길의 마지막 여정이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마조리 금성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하성면 시암리 쪽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촘촘한 철조망에 막혀 애기봉으로 방향을 돌린다. 금성초등학교는 1934년 일제강점기 때부터 간이학교와 분교로 이어오다가 1955년 8월 5일 초등학교로 승격돼 맥을 유지해 온다.

금성초등학교를 출발한 발걸음은 문터골마을을 가로지른다. 길가에는 언제 넘어졌는지 모르지만 반룡(蟠龍)모양의 죽은 소나무가 옆으로 누워 마을을 지킨다. 반룡은 ‘용이 하늘로 오르기 전에 땅에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마을은 조용하기 그지없다. 요즘 어디에 가든 농촌에는 빈집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다. 빈집을 볼 때마다 나를 키워준 고향이 마음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깨우침을 주는 향나무.

하성면 가금리에 들어서면 평화누리길 3코스로 접어든다. 가금리(佳金里)에는 ‘깨우침을 주는 향나무’가 있다. 조선 초 영의정을 지낸 박신은 마음을 수양하고자 이 향나무를 심었다.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학문에 전념해 문과에 급제했는데, 심성이 약하거나 어질지 못한 사람, 행동이 불미한 사람이 이곳에서 공부하면 어질고 착한 사람으로 거듭나 배움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학목(學木)’이라 부르며 모여들었다고 한다.

▲애기봉.

박신(朴信, 1362∼1444)은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인이다. 정몽주의 문하생으로 1385년(우왕11)에 문과에 급제하고,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자 원종공신(原從功臣)이 됐다. 세종 때 통진에 13년간 유배됐다. 통진과 강화 갑곶진 사이를 왕래하는 사람들이 배에서 타고 내릴 때 물에 빠지는 고통을 보고 사재(私財)로 성동나루를 만들었다. 1432년(세종14)에 유배에서 풀려나 1444년에 83세를 일기로 이곳에 묻혔으며, 박신을 모시는 화헌재(樗軒齋)라는 사당이 있다.

하성면 가금리 임도를 따라 애기봉 가는 한적한 길로 들어선다. 길옆 나뭇가지 사이에는 이미 새끼들이 떠난 새들의 빈 보금자리가 지난여름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과 함께 해병대와 함께’, ‘해병대가 있는 한 서부전선 이상없다’라는 구호는 언제 보아도 믿음직스럽다. 든든한 당신들이 있어 우리는 항상 두 발 뻗고 안식에 빠질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긴 숨을 하얀 김과 함께 내 뿜으며 애기봉 정상으로 쉽게 다다른다.

정상의 우측에 있는 평화의 종은 세계만방에 울려 퍼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임진강(臨津江)과 한강이 만나는 파주시 교하(交河)는 물안개에 가려 시야가 흐리다. 임진강은 북에서 남으로 내리꽂고 한강은 남에서 북으로 치고 올라와 두 강이 하나가 되어 이곳에서부터 서해 하구까지 이어지는 조강(祖江)이다. 조강(祖江)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서해안으로 흐르다가 유도를 지나 예성강을 가슴으로 안고 서해로 흘러간다.

▲조강.

옛날의 조강에는 물건을 가득 싣고 삼개나루[마포(麻浦)]로 왕래할 선박들로 분주했을 것인데, 지금은 종이배 하나 얼씬거리지 않는다. 휴전선(군사분계선)은 육지에 그어진 선으로 파주 사천강 일대에서부터 강원 고성을 잇는 경계선의 거리로 155마일이다. 조강 사이에는 군사정전협정에 의한 휴전선은 없고 남·북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철책을 치고 방어적 목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했던 애기봉 정상에는 전망대 건물이 들어섰고, 조강 건너 북녘땅의 선전마을은 오늘따라 선명하다. 북서쪽으로 예성강 포구가 가물거리고 북동쪽으로 임진강 물살이 아른거린다. 동쪽으로는 한국전쟁 후 포구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해 사라진 마근포(麻近浦) 나루는 하성면 마근포리라는 이름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기봉(愛妓峰, 155m)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다.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의 애첩 ‘애기’를 데리고 한양을 향해 피난길에 올랐으나, 감사는 강 건너 개풍군에서 청나라 군사에 의해 북으로 끌려갔고, 애기만 한강을 건넌다. 애기는 매일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일편단심으로 감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병들어 죽으며, 임이 잘 바라보이는 봉우리에 묻어 달라고 유언해 얻은 이름이다. 결국 ‘애기의 한(恨)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일천만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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