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가 큰 ‘큰부리까마귀’와 공존을 꿈꾸며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이진범 소장(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에코저널=서울】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원도봉인 도봉산국립공원사무소로 가는 길에 심심치 않게 큰부리까마귀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도봉산 국립공원 자운봉, 신선대, 사패산 등과 같은 산 정상 또는 능선에서 보이던 큰부리까마귀가 요즘에는 종종 도심 안에서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는 까마귀라고 불리는 종은 갈까마귀, 떼까마귀, 까마귀, 큰부리까마귀, 큰까마귀, 잣까마귀, 붉은부리까마귀까지 등 총 7종이 확인됐다. 이중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는 현재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에서는 향후 민물가마우지와 더불어 큰부리까마귀도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검토 중이다. 

 

큰부리까마귀가 과수원 등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고, 간혹 전깃줄에 앉거나 송전탑 등에 둥지를 만들어 정전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도심 지역에서는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시민들을 위협하기 때문에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지에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공원과 같은 녹지공간 등이 조성돼 큰부리까마귀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본다. 큰부리까마귀는 조류 중에서도 지능이 높아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몇몇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을 알아보고, 연약한 어린아이들만 골라 공격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서울시내에서도 큰부리까마귀로 인한 소음, 공격사례 등 여러 다양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호선 망월사역 도봉산사무소 가는 길에 만난 큰부리까마귀.

도심 지역에서 큰부리까마귀가 적응하며 살면서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달리 생각하면 그전에는 큰부리까마귀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공원 조성 등으로 도시환경이 이만큼 쾌적해졌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큰부리까마귀 생활사와 특성을 이해한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우리가 큰부리까마귀와 더불어 사는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는 곰이 쓰레기통을 들쑤셔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쓰레기통이 국립공원을 비롯해 곰이 출몰하는 마을 곳곳에 비치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야생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인 듯싶다. 물론, 야생동물 개체수가 특정 지역에 너무 많이 늘어나면 그 수를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어느새 단풍이 지고 날이 점점 차가운 하늘, 까만 새가 가을을 물고 푸드덕 날아간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3-11-20 14:10:40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