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택시기사의 과한 친절은 어떤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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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택시기사의 과한 친절은 어떤 의도? 이정성 기자 2025-03-03 23:57:48

【에코저널=하이난】하이난(海南) 싼야만(三亚湾) 중앙에 위치한 ‘서도(西島, Western Island)’는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Activity)를 즐기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서도는 면적 2.8㎢, 남북 길이 2350m, 동서 너비 900m의 작은 섬이다. 연평균 기온 24℃, 연평균 바닷물 온도 26℃로, 섬 주변 해역에는 산호초와 산호초 어류들이 많다. 해수욕은 물론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도(중국인들은 ‘씨다오’로 발음) 방문 일정을 세웠지만, 걱정이 앞섰다. 중국 자국인들의 방문이 많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이 서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묵고 있는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페리 선착장까지 중국 차량공유 모바일 앱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이용해 차를 호출하려고 했는데, 앱 접속이 되지 않았다. 결국 영어를 잘 못하는 호텔 직원에게 번역기를 이용해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도착한 택시 탑승 직후 운전기사가 중국어로 자꾸 말을 걸기에 휴대폰 번역 앱을 통해 확인해보니 “여권이 없으면 배표를 구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에게 “여권을 잘 챙겨왔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인 선착장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주차장에 차를 대충 세워놓은 뒤 앞장서 우리 일행 두 명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람이라 매표소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안내를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사의 과한 친절은 부담이 됐다. 

 

택시기사가 이름 등을 적으라면서 건네 준 종이.택시기사는 선착장 매표소 건물 앞에 있는 야외 부스에서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소개한 뒤 이름을 적으라면서 종이를 내줬다.

 

해양 액티비티 모습 사진에 상품 가격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도 배에 오르기 전 승선명부를 작성하기에 종이에 이름을 적다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해양 액티비티 모습과 상품 가격이 적혀 있는 사진이 가득했다. 

 

선착장 매표소가 있는 건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우린 선착장 매표 창구에서 발권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후 자리를 떠나려고 하자, 택시기사는 번역기 앱을 통해 “당신이 선착장에 들어가면 어리석다고 망신만 당하게 된다”는 번역 문구를 보여줬다.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 운전기사를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선착장에 들어갔다. 뒤돌아보니 운전기사는 서도 ‘상담 서비스 데스크(Consultation Service Desk)’라고 적힌 야외 부스에서 액티비티 업체 관계자와 함께 뭔가 아쉬움 가득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서도에서 돌아와 촬영한 서도 ‘상담 서비스 데스크’ 모습.

우리는 서로 “택시기사가 어리숙해 보이는 우리를 액티비티 업체에 소개해 준 뒤 수고비를 받는 것 같다”며 “그래서 자신의 택시 영업도 뒤로 미루고, 적극적으로 우리를 안내한 것 같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하이난 산야에서 서도를 왕복 운항하는 페리.

우린 매표소에 여권을 제시한 뒤 별도 문서작성 절차 없이 1인당 왕복 98위안(1만9600원)을 결제한 뒤 배표를 구입했다. 한국은 3.1절 대체 휴무일이지만, 중국은 평일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시간 없이 매표 직후 곧바로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는 진리를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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