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과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풀씨행동연구소는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생물다양성 공존모델에 입각한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의무화법, 필요성과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가 필요한 시기에 시의적절한 대안이며, 향후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도시계획적 접근으로 의무화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안이 절실하다”고 뜻을 모았다.
첫 발제를 맡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박찬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핵심 목표”라며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은 회피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찬 교수는 “회피 대상지 외에 훼손지, 농경지, 개발제한구역 등 상대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낮은 곳 중 일정 규모 이상이면서 주요 도시와 인접한 부지를 분석해 ‘공존지역’으로 개념화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통해 박 교수는 ▲공존지역의 이론적 잠재량이 503~719GW이므로 생물다양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하면서 탄소중립 달성 가능함 ▲보호지역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토지이용계획의 전략적 조정 필요 ▲송전망 계획 동시 수립 필요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 구축과 지역 수용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초 잠재량을 바탕으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는 방식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신재은 소장은 “국내·외 풍력발전 사례를 보면 초기 시범사업 단계가 지나면 확대 과정에서 난개발로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후 계획입지 방식이 도입된다”며 “지난 산지 태양광 갈등의 교훈을 바탕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의 대안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박지혜 의원과 풀씨행동연구소가 힘을 모아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법안을 소개하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면적의 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의무화 ▲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시 생태계우수지역 회피 ▲사업단계별 생물다양성 영향 회피·상쇄 방안 수립 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지방정부 공간계획 권한과의 통합적 제도 운용 ▲생물다양성 관련 인허가 의제에 대한 세밀한 검토 ▲농업 공간계획 정책과의 연계 ▲법제도 간 정합성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발제를 듣고 난 뒤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이후승 연구위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중심에 둔 전략적 계획입지 의무화는 탄소중립과 생태계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이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는 생물다양성을 희생시키는 개발사업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 차원에서 입지를 사전에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시계획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안숙희 정책변화팀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이지만,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논의”라며 “속도뿐 아니라 방향과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민을 단순한 설득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사업의 동반자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민 참여 절차 보완을 주문했다.
에너지전환포럼 임재민 사무처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계획입지는 규제의 관점에만 머물러 실패했다”며 이전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촉진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 발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제도의 방향성을 제안했다. 또한 “지자체 맞춤형 입지계획과 주민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며 거버넌스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가로 “정부는 기후에너지부와 지자체 간 총괄 체계를 꾸려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역할도 언급했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김충호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도시계획 및 도시정책 차원에서 현행 법률 개정이 지자체의 실효적 노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법률 개정안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개정안의 목표와 후속 영향, ▲법·제도적 정합성 ▲이해당사자에 미치는 영향 ▲법 시행을 위한 지자체 역량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기연구원 기후환경연구실 고재경 선임연구원위원은 “육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의 계획입지를 포괄하는 상위 법률이 필요하다”며 법안 확대를 제안했다.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발전지구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의 사례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의 현황을 보여주는 공간정보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 원중필 사무관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집적화단지를 지정ㆍ운영하고 있으며, 이것이 계획입지의 한 형태”라며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급 속도에만 치중하지 않고, 생물다양성을 고려하겠다”며 “앞으로 지자체, 환경단체 등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재단법인 숲과나눔 장재연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촉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숲과나눔이 재생에너지와 생물다양성의 공존모델 제도화를 위해 적극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 공존모델에 입각한 계획입지 의무화 제도는 지난 4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지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에 맞춰, 도시계획적 접근을 통해 생태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