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몇 갑 가격에 팔았던 땅이 반세기 ‘규제’ 족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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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몇 갑 가격에 팔았던 땅이 반세기 ‘규제’ 족쇄로 특수협,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명암’ 토론회 열려   이정성 기자 2025-12-17 15:41:04

【에코저널=양평】팔당호 수몰지역 주민들이 담배 몇 갑 가격에 팔았던 땅이 족쇄가 되어 50년 동안 각종 규제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명암’ 토론회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17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소재 힐하우스 레드 플라워홀에서 열린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명암’ 토론회에서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이하 특수협) 연구위원인 이석호 박사는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주요변화’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특수협 연구위원인 이석호 박사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이석호 박사에 따르면 1970년 당시 국내 최고급 담배 중 하나인 ‘신탄진’ 한 갑 가격은 60원. 이는 1970년 2월까지 50원이었던 가격이 3월 10원 인상된 가격이다. 짜장면 한 그릇 가격(약 50원) 보다 비쌌으며, 시내버스 요금(약 10원)의 6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양평군·남양주시·광주시 등 팔당 주변 수몰지역 토지 보상은 1970년대 팔당댐 건설 당시 아뤄졌으며, 당시 보상가는 토지 3.3㎡(1평)당 50원~354원 수준이었다. 팔당댐을 짓기 위해 땅이 수몰된 많은 주민들이 이주했지만, 일부 영세한 주민들은 고기잡이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이석호 박사는 “수도법 제3조의 ‘국토건설청장은 각 령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질보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상수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수질의 오염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며 “관이 주민들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일방적 규정”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박사는 토론회 주제인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명암’과 관련, “명암(明暗) 중 밝은 부분 ‘명(明)’을 찾으려 했는데,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평군을 비롯해 광주시·남양주시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은 1975년 7월에 지정됐다. 올해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반세기가 되는 시점인 만큼, 오늘 토론회는 개발제한구역에 중첩 지정된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반세기에 즈음해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 즉 제도의 공과를 살펴보고 향후 50년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팔당호 주변 7개 시·군 특수협 주민대표·주민 실무위원, 특수협 자문위원회 위원,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경기도 수자원본부, 팔당 7개 시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특수협 강천심 운영본부장이 규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수협 강천심 운영본부장은 “뜨거운 울분으로 참석해 주신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된 광주시·남양주시·양평군 등 3개 시·군 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첨단 수처리기술의 발전과 한강수계관리기금 조성 등 기술과 재정은 크게 발전했지만, 법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강천심 본부장은 “당장 규제를 개선하지는 못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제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요구하고, 행동해 나가겠다. 오늘 토론회가 팔당수계 전역에 걸쳐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바로 잡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용백 특수협 공동위원장은 “팔당수계 7개 시·군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뿐만 아니라 중첩된 규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그동안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수질보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는 규제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특수협 연구위원인 이석호 박사의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50년의 주요변화’ ▲특수협 정책국장인 이광현 박사의 ‘수질환경을 고려한 상수원보호구역의 입지규제 현실화’ 등이 주제 발표됐다.

 

특수협 정책국장인 이광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광현 박사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류와 하류지역의 수질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오염원이 있어도 수질 변화 없이 유지되는 상황을 알 수 있다”며 “수질환경 여건 등을 감안해 상수원보호구역 내 원거주민을 위한 생활기반시설의 불합리한 규제의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광현 박사는 “상수원보호구역 내 환경정비구역에 한해 원거주민의 생활기반 시설에 대한 면적·용도 제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환경정비구역 내 발생하는 오수를 전량 공공하수처리장으로 유입·처리하고 있음에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원거주민의 기본적 생활‧생계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낡은 규제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동곤 한강유역환경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홍동곤 한강유역환경청장은 “예전에도 주민들과 무거운 마음으로 만나 대화했었다. 주민들이 50년 동안 고통을 받아왔는데, 한강청이 도움이 됐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며 “예산당국에서 지난해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주민지원사업비 일부를 삭감해 복원 노력을 벌여 내년에는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홍 청장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내에서 상수원보호구역 태양광 설치 등 규제 완화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며 “주민들 편에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교통대학교 이호식 교수(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가 좌장을 맡아 경기도수자원본부 김동우 전문위원, 한강지키기운동 양평지역본부 손기용 대표, 녹색미래 이정수 공동대표, 최영남 전 경기도 수질정책과장, 남양주시의회 김지훈 의원 등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한국교통대학교 이호식 교수는 “오늘 두 발제는 가장 훌륭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재하다. 오염총량제 시행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시의회 김지훈 의원은 “남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이장도 맡아 활동했었다. 특수협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오늘 토론회를 환영한다”며 “물관리를 위해 50년 동안 주민들이 피와 눈물로 지켜낸 자연환경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힐링을 위해 찾는 남양주·광주·양평주민들은 뒷처리를 감당해왔다”고 말했다.

 

김지훈 의원은 “법은 주민들만 물아세우고 있어,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 1/4 이상이 범죄자로 낙인찍혀 있다”며 “5년 1개월을 기다렸던 상수원보호구역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2분 만에 기각됐지만, 차후 헌재에 소를 다시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남양주에 지역구를 둔 김용민 국회의원이 수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남양주·광주·양평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 합심해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강지키기운동본부 양평지역본부 손기용 대표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반 백년이 지났지만, 규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안타깝고 분노를 느낀다”며 “상수원 규제는 강화하면서 피해보상에는 관심이 없다. 과학적인 상수원 관리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할 것 아니라 상·하류 상생하는 민주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팔당상류 지역에 16년째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경기도수자원본부 김동우 전문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햇빛연금’ 예산이 삭감될 수 있었는데, 특수협 강천심 운영본부장의 노력으로 무사히 책정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녹색미래 이정수 공동대표는 “수도권 주민들과 팔당주민들의 상생과 제도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개별 주민들의 피해는 국가가 보상해야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정의’ 확장이 필요하다. 과거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 참여에 대한 반성도 해 본다”고 말했다.

 

최영남 전 경기도 수질정책과장은 “팔당호는 단일상수원으로 전 국민 절반이 이용하는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사례”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안정적인 물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앞으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의 취수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남 전 과장은 “규제개선 위한 하류지역에 대한 꾸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하류 지역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어야 한다. 환경기술발전에 맞춘 규제지역의 합리적 조정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양평군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생태학습선 운항 허용과 같이 틈새를 노린 규제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에서 광주시 남한산성면 주민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1975년부터 위원회를 구성, 30년 이상 투쟁하고 있는데, 변한 게 없다”며 “강과 가깝지도 않고, 수도법에 저촉되지 않는 지역을 또 다른 규제인 ‘관리규칙’을 적용해오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랜 세월 농협에서 근무했다는 광주시 주민은 “재산권 제약은 물론 행복추구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개만도 못한 인간’이 됐다”며 “주민 60∼70%가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한 주민은 “규제 개선 요구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팔당상수원 안정적 식수 보전’을 이유로 대고 있다”며 “상하류 협의체가 두 차례 모인 뒤 무산됐다는 데, 환경부는 하류 핑계를 자주 내세운다”고 말했다. 다른 남양주시 주민은 “정부의 규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다”라며 “상수원관리규칙은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조안면이장협의회장은 “5년 동안 헌법소원을 기다렸는데,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나라가 4천명도 안되는 조안면 주민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고 각하시킨 것 같다는 느낌”이라며 “대대로 지역에 거주하지만 부친한테 승계받은 ‘원거주민’ 자격을 아들한테 넘겨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광주시 남종면 주민은 “3대가 남종면에 살고 있다. 남종면 13개 리에 거주하는 주민은 1400명에 불과하다. 45% 이상은 노인인데, 버스가 없다”며 “오늘 광주시의회 지역구 의원 두 분이 나오지 않으신 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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