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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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 숲과나눔, 현진오 박사의 멸종위기식물 사진·영상 전시   남귀순 기자 2026-03-06 09:04:26

【에코저널=서울】재단법인 숲과나눔은 ‘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을 3월 5일(목)부터 4월 4일(토)까지 ‘공간풀숲’에서 개최한다. 

 

멸종위기 식물을 40여 년간 기록해 온 현진오 박사의 사진, 영상, 저술을 통해 한국 식물 보전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한라산 정상의 ‘한라솜다리’.(2019년 6월 18일 현진오 作)

이번 전시는 생태계의 뿌리이자 기반인 식물의 멸종위기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자,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식물을 평생 찾고 연구한 현진오 박사의 연구 업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숲과나눔은 현진오 박사의 방대한 연구 업적과 기록을 ‘환경아카이브풀숲’과 ‘에코포토아카이브’ 에 아카이빙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을 다시 묻는 출발점으로 이 전시를 기획했다.

 

‘사라지기 전에: 현진오, 멸종위기식물 40년 기록’은 현진오 박사가 40여 년간 전국의 산과 섬, 습지와 계곡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해 온 멸종 위기식물 사진과 영상, 식물표본, 저술 43권을 바탕으로 구성한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과 박물관(Museum)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전시) 전시’다. ‘공간풀숲’은 이 전시를 위해 현진오 박사의 저술을 읽고, 식물의 다양한 얼굴을 작품으로 마주하는 가운데 한 식물학자의 연구 인생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된 식물의 면면을 살펴보자. 매화를 닮아 맑은 인상을 주는 ‘매화마름’은 얕게 고인 논과 습지에서 별처럼 하얀 꽃을 피우는 수생식물이다. 한때는 농촌의 논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제초제 사용과 생육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보호받고 있다. 

 

현 박사가 2005년에 백두산에서 촬영한 ‘노랑만병초’는 척박한 고산 환경에 적응한 대표적인 만병초류 식물이다. 

 

숲과 바다가 맞닿은 자리에서 조용히 매달린 채 자연의 균형을 증언하는 ‘지네발란’, 한라산에만 나는 한라산 특산식물 ‘구름떡쑥’, 제주도에서는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열매라고 전해지는 ‘시로미’ 열매,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키가 10cm 정도로 매우 작기에 나무인지 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암매’ 등 전시장에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식물들의 모습과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도 조천’이 고향인 현진오 박사는 어린 시절부터 식물을 가까이 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꽃 피는 기간이 가장 긴 곳이다. 2월 중순부터 봄꽃이 피기 시작해 12월 하순까지 가을꽃을 볼 수 있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식물도 많기 때문에 사시사철 꽃이 핀다고 할 수 있다. 

 

‘봄숲’.(한라산, 2015년 5월 10일 현진오 作)

제주도와 한라산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가히 식물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현진오 박사는 “귀한 식물들이 많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나는 지금도 부모님 계시는 이곳에 언제나 달려갈 수 있어 좋다. 고향을 향할 때면 언제나 신바람이 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암매와 시로미를 비롯해 제주도에 서식하는 희귀식물 13종을 만날 수 있다.

 

식물은 생태계의 뿌리이자 기반이지만, 멸종위기 문제를 이야기할 때 식물은 종종 관심의 바깥에 놓인다. 동물처럼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식물은 인간의 개발과 변화 앞에서 무력하기 쉽다. 서식지 훼손과 불법 채취, 기후위기와 생태계 교란종 확산의 문제로,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식물들이 조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식물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사라지는 생명’을 단순히 슬퍼하는 전시가 아니라, 사라짐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 자리이다. 기록은 멸종을 단숨에 막을 수는 없지만, 멸종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만들고, 결국 보호와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현진오 박사의 40년 기록은 개인의 집요한 관찰을 넘어, 한국 식물 보전의 역사이자 미래를 위한 증거이다. 관람자는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자연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전시 연계 행사로 ‘생명 다양성 <사라지는 식물들>을 주제’로 3월 13일(금) 오후 3시에 현진오 박사의 특강이 열린다. 식물을 사랑하고, 기후 위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과 학생, 연구자를 대상으로, 현진오 박사가 그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식물 보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풀숲은 (재)숲과나눔의 ‘환경아카이브풀숲’에 탑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예술과 결합해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전달하고자 탄생한 환경·예술·문화의 거점 공간이다. ‘한국환경운동사’ 30년 역사를 다룬 ‘기록과 기억-함께사는길 30년’, 강홍구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바다’, 노순택 사진전 ‘흑산, 멀고 짙고’를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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