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제주】재생에너지의 ‘전략적 수요처’로서 항만을 재설정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기화와 목포–제주 녹색해운항로를 통해 고질적인 계통 포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제안이 제주에서 나왔다.
Pacific Environment(태평양환경재단)와 (사)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시민연대가 공동 주관한 ‘지역의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모두를 위한 항만과 바다’ 세션이 지난 24일, 제주 해비치 호텔&리조트에서 2026 제주포럼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제주포럼 참가자들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반복되는 출력제한과 계통 병목 완화에 항만이 기여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해운·조선산업의 장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공감했다.
국제 해운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힌다. 추가 감축 조치가 없을 경우, 2050년 배출량은 2008년 대비 최대 13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해운 탈탄소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는 가운데, 해운·조선 강국인 대한민국의 역할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션은 항만과 해운 탈탄소화의 해법을 지역 재생에너지에서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제주는 선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국가 평균의 약 2배 수준인 20%까지 높였으나, 화력발전 최소출력 보장 등 전력 계통의 유연성 부족으로 어렵게 생산한 청정 전력이 갈 곳을 잃는 출력제한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한 전라남도에서도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5년 출력제어로 인한 추정 손실액은 전력 손실 48억원, REC 손실 28억원 등 총 76억원에 달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GW 달성,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의 35%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송전망 혼잡과 제한된 계통 수용 능력은 사업 추진과 재생에너지 연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포럼 참가자들은 이러한 병목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적 해법으로 항만의 역할에 주목했다. 항만을 재생에너지 수요처이자 에너지 허브로 재설정하고, 목포–제주 구간을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하는 등 계통 포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앙정부와 민선 9기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범 국회의원이 2026 제주포럼에서 항만의 재생에너지 활용과친환경 선박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세션에 직접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성범 국회의원(제주 서귀포시)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은 항만의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이제 항만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친환경 선박 전환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나가야 한다”며 “제주의 재생에너지를 항만 전기화와 친환경 선박에 연계한다면 제주는 해운·항만 탈탄소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논의가 제도로 이어지고 실제 사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국회의원(제주 제주시)도 축사를 통해 “CFI(Carbon Free Island) 비전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생태계를 선도해 온 제주의 경험이 오늘 논의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며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와 암모니아가 해양 탈탄소를 실현할 가장 확실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출력제한’에 갇힌 제주·전남의 청정 전력
개회사를 맡은 김미경 Pacific Environment(태평양환경재단) 한국 국장은 “항만은 재생에너지를 가장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전략적 수요처이자, 청정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잇는 에너지 허브”라며 “화석연료로 채우는 항만 전기화는 탈탄소가 아니라 탄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계통 포화 풀지 못하면 ‘NetZero 2035’ 불가
첫 발표에 나선 김영환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특보는 “제주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충분하지만, 전력 생산 지역과 소비 지역의 구조적 불일치, 그리고 송배전 선로의 계통 포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김영환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특보.
그는 “계통 포화 문제를 풀지 못하면 NetZero 2035 목표 실현이 요원하다”며 “전력을 생산지에서 직접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와 수요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항만·해운 부문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포∼제주,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해야
조현진 Pacific Environment(태평양환경재단) 해운항만 담당은 “현재 국내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의 대기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육상전원공급장치(AMP) 확충을 단기에 실현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제주는 재생에너지와 해양 물류가 교차하는 최적의 지점으로, 목포∼제주 구간을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항만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추진 차도선 상용화는 충전 인프라·제도가 관건
김영식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장은 “국내 전기추진 연안선박 실증은 기술적 검증 단계를 넘어섰다”며 “충전 인프라 투자와 운항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체계가 동시에 마련되어야 전기선박이 기술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전기선박이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쓴다면 탈탄소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기화와 전기선박 확대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데 패널들이 공감했다.
제주·전남 초광역 협력 모델 선제 구축 시급
패널토론에서 윤영삼 전라남도 해상풍력사업팀장은 “전라남도는 전국 최대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제주와 마찬가지로 계통 포화와 출력제한 문제로 보급 속도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며 “제주와 전남이 초광역 에너지 협력 모델을 선제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남·광주 통합시 특별법에 재생에너지 계통포화 해소를 위한 국가지원 특례(제236조)가 반영된 만큼, 송·변전 설비 확충과 ESS 구축이 항만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정도 기후자원정의센터(ARC) 사무국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역할과 우려를 정책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수용성 확보의 핵심”이라며 “이익공유와 공공성 확보 없이는 어떤 에너지 전환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술은 궤도에 올랐다, 이제는 정책과 실행의 시간”
좌장 강현주 Pacific Environment(태평양환경재단) 아시아캠페인디렉터는 마무리 발언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항만·해운 탈탄소화를 위한 기술적 준비는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섰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본격적인 현장 적용과 실행이며, 비전이 아니라 정책적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과 항만, 바다의 미래와 연결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하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