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강릉】강릉의 호수가 이야기의 씨앗이 됐다. 경포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분수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회복지사이자 생태예술가인 정유경 작가는 익숙한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이상한 호수를 구하라’의 작가 정유경.그 낯섦에서 시작된 질문이 그림동화 ‘이상한 호수를 구하라’가 됐다. 이 책은 환경보호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질문한다. 구원은 누구의 몫인지, 이상한 것은 호수인지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상한 호수를 구하라’의 배경이 된 호수는 실제 장소?
내가 살고 있는 강릉의 경포호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재작년에 호수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분수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동화 작가이자 생태예술가인 정유경은 지구를 위한 환경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처음에는 막연한 불편함이 있었다. 호수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왔는지보다, 무엇을 더 만들 수 있는지,·더할 수 있는지로 이야기되는 순간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 ‘이 공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그 질문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됐다.
제목의 ‘이상한’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
‘이상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평소와 조금 다른 느낌일 수도 있고, 낯설거나, 혹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정유경 작가가 대표인 생태공동체 ‘다움연구소’가 이끄는 비치코밍.이 책에서의 ‘이상함’도 하나로 정의하기보다는 그런 여러 가지 의미를 함께 담아두고 싶었다. 이 제목이 독자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를 바랐고, 각자가 어떤 ‘이상함’을 발견하게 될지는 읽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전작 ‘초록이와의 여행’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다소 다른다. 변화를 준 이유가 있나?
‘초록이와의 여행’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문제를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에 더 집중했다면, 이번 ‘이상한 호수를 구하라’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을 바탕으로 직접 움직여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경포호를 그대로’ 캠페인 활동 당시 정유경 작가와 가족들.이야기의 분위기도 조금 더 현실에 가깝게,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부딪힐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앨리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에 한 번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의 답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움직여보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읽다 보면 의견이 나뉠 수 있는 이야기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그 불편함은 의도한 건가?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고 말하기보다, 각자의 이유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 불편함이 더 나은 선택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호수를 ‘구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 책에서 구원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건가?
이 책에서 ‘구한다’는 건 누군가를 대신 지켜주는 의미보다, 서로를 다시 바라보는 관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호수를 구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빗질한다’는 뜻의 해변 정화활동. 정유경 작가는 비치코밍으로 수거한 해양 쓰레기를. 재료로 시각작품 활동을 한다.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다면 어떤 장면에서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나?
어른들은 ‘그래도 필요하지 않을까? 괜찮지 않을까?’라고 물을 것 같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에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의 눈빛을 보내지 않을까?(웃음)
그러면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그 시간들이, 사실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에게 이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인가?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서 비슷한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저 역시 그 안에서 계속 질문하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정유경은 사회복지사이자 생태예술가, 세 아이의 엄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나, 아이들에게 물려줄 건강한 삶과 자연을 고민하다 강릉으로 이주했다. ‘감호(감동호랑이)’라는 필명으로 일상의 생각을 기록하고, 생태문화공동체 다움연구소를 설립해 정크아트와 일러스트, 문학 등 일상을 예술로 잇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는 환경동화 ‘초록이와의 여행(2025 당신의강릉)’이 있다.
‘이상한 호수를 구하라(어린이 그림동화·환경동화)’
지은이: 정유경, 출판사: 도서출판 헤아림, 발행일: 2026년 3월 17일, 정가 1만6천원, ISBN 979-11-991335-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