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비공개 워크숍서 탈탄소화·순환경제 이행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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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비공개 워크숍서 탈탄소화·순환경제 이행 논의 남귀순 기자 2026-07-02 11:11:47

【에코저널=서울】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와 함께 6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정부, 산업계, 금융권, 국제기구, 시민사회 등 160여 명의 리더를 한자리에 모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산업 탈탄소화와 순환경제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탈탄소화 및 순환경제(Decarbonization and Circularity for Industrial Growth and Competitiveness)’를 주제로 한 이번 워크숍에는 차관급 정부 인사와 대사, 산업계 및 금융권 주요 인사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투자 활성화, 수요 신호 강화, 순환 가치사슬 확대, 정책 체계의 정합성 제고, 지역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회의는 애들레이드와 부산에서 열린 이전 논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탈탄소화와 순환경제가 산업 경쟁력과 경제 회복력, 장기적인 성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경쟁력 있는 저탄소 산업 경제로 전환하도록 가속화하는 실질적인 실행 방안과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공공·민간 협력을 선도하는 국제기구로, 50여 년간 정부,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한자리에 모아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며, 세계가 직면한 주요 과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 왔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는 5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로, 각국 정부와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산업 전환, 기후 회복력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환경 정책과 산업 정책은 이제 글로벌 가치사슬과 무역 흐름, 투자 결정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탈탄소화와 자원 효율성 전략이 경제 성장과 회복력,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산업 전환의 중심에 있는 국가다. 제조업 기반과 수출 중심 경제를 갖춘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구매 기준 변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자원 효율성에 대한 요구 확대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저탄소·순환경제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확대는 새로운 시장 기회와 경쟁력 확보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한국은 강력한 수출 경쟁력과 우수한 기술력, 첨단 제조 역량, 성장하는 녹색금융 생태계를 바탕으로 이러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청정 제조와 첨단 소재, 넷제로 기술에 대한 투자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노력을 통해 지역 산업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선진 폐기물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자원 회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다른 국가에서도 적용 가능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글로벌 가치사슬의 불확실성과 핵심 광물 공급망 집중에 따른 위험이 커지면서 한국 제조업은 비용 경쟁력과 공급망 회복력 측면에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주요 정유·연료 공급 허브인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청정에너지 확대와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 순환경제는 자원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탈탄소화와 순환경제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상호 보완적인 전환 전략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정책 리더십,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쟁력 있는 저탄소 산업 경제 전환을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지 논의했다. 특히 수요 창출, 정책 지원,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국가 간 협력 방안을 비롯해 청정 소재, 순환경제 시스템, 친환경 운송 회랑, 핵심 광물 가치사슬, 산업 클러스터 등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맞췄다. 

산업 경쟁력과 탈탄소화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제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저탄소 생산과 자원 효율성, 순환경제가 경제 성장과 공급망 회복력,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APAC 산업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강력한 제조업 기반과 기술 경쟁력, 수출 역량, 성장하는 녹색금융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국은 APAC 지역의 산업 전환을 이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 탈탄소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투자기관의 공동 참여와 명확한 수요 신호가 필요하다. 이는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저탄소 기술과 친환경 제품의 시장 확대를 앞당기는 핵심 요소다.

 

그린 무역 회랑(Green Trade Corridor), 정책 및 인증 기준의 조화, 국가 간 가치사슬(Value Chain) 연계는 APAC 지역의 경쟁력 있는 저탄소 산업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다.

 

순환경제와 탈탄소화를 함께 추진하면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APAC)은 세계 철강 산업의 중심이다. 2024년 기준 APAC은 전 세계 조강(crude steel) 생산량의 약 73%를 차지하며,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집중된 만큼 APAC의 산업 전환은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약 7~8%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동차와 조선, 건설, 기계, 인프라 등 주요 제조업의 기반 소재인 만큼 철강 산업의 경쟁력은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생산량 확대보다 저탄소 철강 생산 역량 확보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과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탄소 감축 요구 확대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철강 수출기업은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고 저탄소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저탄소 철강 인증 기준 마련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과 과제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과 철강 산업 기반을 보유한 국가다. 2024년 기준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으로, 국내 철강 생산량의 약 44%를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기계, 건설 등 주요 수출 산업 역시 철강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으며, 저탄소 철강으로의 전환은 향후 한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205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전략은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 기반 제철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을 비롯한 다른 철강기업들도 수소 직접환원제철(H₂-DRI), 전기로(EAF) 생산 확대, 철스크랩 활용 증대 및 고로(BF)와 전기로(EAF)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환 모델 등 다양한 경로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산업 구조 측면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철강 생산의 약 70%는 여전히 고로-전로(BF-BOF) 공정에 의존하고 있어 탄소 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저탄소 제철 공정인 수소환원제철(H₂-DRI)이나 전기로(EAF)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철스크랩과 직접환원철(DR-grade)용 철광석 확보가 필수적이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원료의 공급이 제한적이다. 

 

에너지 여건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1차 에너지의 약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청정수소와 재생에너지 확보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한국의 산업 탈탄소화는 국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국제 공급망과 자원 협력 확대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산업 탈탄소화의 핵심은 ‘수요 창출’

고로-전로(BF-BOF)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전로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철 방식이다. 석탄(코크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CO₂ 배출이 매우 많다.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기존 철강 대비 생산 비용이 높아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기술 개발만으로는 산업 전환이 이뤄질 수 없으며, 초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요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저탄소 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장기 구매 확약(Offtake Agreement) 을 체결하는 등 신뢰할 수 있는 수요 신호를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기업의 구매 규모만으로는 초기 저탄소 철강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만큼, 여러 기업의 수요를 모아 공동 조달하는 ‘수요 결집(Demand Aggregation)’ 방식도 주요 방안이다. 이러한 수요는 생산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고, 초기 시장 형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탄소 제품과 기존 제품 간 가격 차이인 ‘그린 프리미엄’을 점차 낮추는 역할을 한다.

 

공공조달 역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정부가 인프라 사업과 공공 프로젝트에서 저탄소 철강 등 친환경 제품 사용을 확대하면 민간시장 수요를 견인하고 초기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 공급망과 지역 협력

저탄소 철강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 간 공급망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한국은 안정적인 원료와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호주와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청정 산업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양국은 2024년 ‘대한민국-호주 녹색경제 파트너십(Green Economy Partnership Arrangement, Green EPA)’을 체결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와 그린 메탈, 핵심광물, 청정에너지 기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공급망 강화, 저탄소 무역을 위한 표준·인증체계 구축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2025년에는 ‘호주-한국 그린 해운 회랑 양해각서(Australia–South Korea Green Shipping Corridor MoU)’을 체결했다. 양국은 2029년 상반기 시범 운영을 목표로 무탄소 해상 운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청정수소와 암모니아, 직접환원철(DRI), 저탄소 철광석 등 저탄소 원료의 국가 간 청정 운송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탄소가격과 정책의 역할

탄소가격(Carbon Price)은 산업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 된다. 탄소가격은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기업이 저탄소 기술과 설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한국은 2015년 동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했으며, 철강 산업을 포함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80%를 배출하는 산업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무상할당 비중이 높고 탄소가격이 EU ETS보다 1/10 수준으로 낮아 저탄소 설비 투자 유인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격 격차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이후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금융과 산업클러스터

산업 탈탄소화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금융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을 연계하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이 주요 해법으로 제시된다. 공공 자금이 초기 투자 위험을 일부 분담하면 민간 투자 유치가 쉬워지고, 대규모 산업 전환 프로젝트의 사업성도 높아질 수 있다.

 

장기 구매 확약(Offtake Agreement)은 생산기업과 구매기업이 일정 기간 제품을 구매·공급하기로 미리 약정하는 계약.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기업의 투자 위험을 줄이고 신규 저탄소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한다.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과 인프라를 연계하는 산업클러스터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에너지 기업이 수소와 전력, 물류, 탄소포집·저장(CCUS) 등 기반시설을 공동 활용하면 투자 비용을 줄이고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포항과 울산 등이 이러한 산업클러스터의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포항은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개발과 철강 중심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울산은 정유·석유화학과 자동차,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청정수소와 친환경 연료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정책과 금융, 기업 간 협력이 결합될 때 산업 탈탄소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APAC 순환경제 전환의 핵심 국가

순환경제는 환경 보호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순환경제 전환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4조5천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600만~8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선형경제로 인해 손실되는 경제적 가치의 약 31%를 회복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APAC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 핵심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자원순환 정책을 기반으로 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적인 전자·배터리 제조업과 수출 중심 산업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 회수율이 70% 이상에 달하며, 폐배터리에서 블랙매스(Black Mass)를 회수하기 위한 습식·건식 제련 설비 등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디지털 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등 새로운 무역 규범이 확대되는 가운데, 순환경제를 산업 전략에 반영한 한국의 경험은 APAC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책 및 투자 모델로 제시된다.

 

APAC 순환경제 전환의 과제

APAC은 순환경제의 필요성이 가장 큰 지역 가운데 하나다. 2022년 한 해 동안 APAC 에서는 약 2,45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으나,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매년 약 350만톤이 자연 환경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유출량 상위 10개국 가운데 6개국이 아세안 국가이며, 아세안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56%는 적절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책적 기반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순환형 사회' 정책 체계, 한국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자원순환 관련 법제, 중국의 '순환경제 촉진법',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포장재 목표 등은 순환경제 정책이 이미 지역 전반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세안 상품무역협정(ATIGA)은 역내 정책 공조의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재활용 기준과 인증체계가 서로 다르고, 재생원료에 대한 시장 수요와 순환 인프라 투자도 충분하지 않아 실제 이행 수준은 여전히 국가별 편차가 크다. 

 

APAC 순환경제를 이끄는 4대 가치사슬

플라스틱 가치사슬은 APAC에서 자원 투입과 환경오염 부담이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다. APAC은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아세안(ASEAN)의 재활용률은 6~10% 수준에 머물러 있어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APAC의 선진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원 회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84%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70% 이상의 플라스틱 회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는 현재 18~20% 수준의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 플라스틱 계획을 통해 7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APACDPTJ 순환경제 전환이 가장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다.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아크릴 등 합성섬유의 세계 최대 생산기지지만, 사용이 끝난 의류의 회수율은 매우 낮으며, 제품이 여전히 선형경제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어 대부분의 섬유제품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여러 소재가 혼합되어 있거나 오염되어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는 섬유 분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APAC 수출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화학산업이 순환 폴리머 원료 공급과 섬유 간 재활용(Fibre-to-Fibre Recycling) 기술 개발을 통해 섬유 가치사슬의 순환경제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전자폐기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폐기물이며, APAC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지역이다. APAC에서는 매년 약 2,400만~2,500만 톤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하지만, 공식적인 수거 및 재활용률은 대부분 2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 과정에서 코발트, 리튬, 인듐 및 희토류와 같은 핵심 광물이 대량으로 손실되고 있으며, 이는 청정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제도, 일본의 가전제품 재활용법(Home Appliance Recycling Law), 싱가포르의 전자폐기물 관리체계는 APAC에서 가장 성숙한 규제 사례로 평가된다.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핵심 광물은 탈탄소화와 순환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요소다.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구리 및 희토류에 대한 수요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제이피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을 반영해 2026년 전 세계 정련 구리 공급 부족 규모가 약 33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이 끝난 배터리와 전자제품, 산업설비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순환경제는 단순한 폐기물 관리가 아니라 자원 안보(Resource Security)를 위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순환경제가 확대될 경우 2040년까지 배터리 핵심 광물 수요의 10~20%를 재활용을 통해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현재 블랙매스 회수를 위한 습식제련 및 건식제련 기술을 포함한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 구축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순환경제 확산을 위한 정책과 투자

순환경제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정책과 시장, 금융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저 정책 측면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 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 글로벌 기업의 Scope 3 탄소배출 관리 요구가 확대되면서, 재생원료 사용 확대와 소재 추적성(Material Traceability), 순환형 제품 설계는 APAC 수출기업의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생원료 의무 사용 제도(Recycled Content Mandates), 녹색 공공조달(Green Public Procurement),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등도 순환경제 시장 확대를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다. 다만 순환경제 인프라를 상업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구매기업의 수요를 결집하고, 역내 표준을 일관되게 정립하며, 공공재원을 활용해 투자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금융 측면에서는 순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확대가 필요하다. 개발금융기관과 정책금융이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장기 구매 확약과 재생원료 가격 프리미엄에 연계된 차액 계약 등을 마련하면 민간 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클러스터를 통한 순환경제 확산

산업클러스터는 순환경제를 확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추진 수단이다. 산업단지 내에서 자원 회수와 재활용, 청정에너지, 디지털 추적관리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면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순환기술의 사업화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세계적인 전자·배터리 산업, 화학산업과 제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APAC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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