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관련 정부 예산 20년 동안 3.1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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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관련 정부 예산 20년 동안 3.1배 증가 원전 예산 64.6% 기금 집행… i-SMR도 전액 기금 지원   이정성 기자 2026-07-20 11:21:45

【에코저널=서울】상용화된 지 반세기가 지난 원전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관련 정부 예산은 2007년 4734억원에서 2026년 1조 4582억원으로 약 3.1배 늘었고, 20년간 누적 지출은 약 17조 5401억원에 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함께 원전 관련 정부 예산과 기금,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원전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등 미래비용을 분석한 이슈브리프 ‘원전은 시장적 에너지원인가—행정적으로 구성된 경제성과 미래로 이연된 비용’을 발간했다. 

 

이번 이슈브리프는 오는 8월 발간 예정인 ‘한국 친원전 정책의 비경제성 실증 연구’의 핵심 분석 결과를 먼저 정리했다.

 

현재 정부는 AI·데이터센터발 전력수요 증가를 근거로 신규 원전과 SMR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분석은 원전의 표면적인 발전단가에 정부 예산과 기금 지원,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처분비용 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전력수요 증가를 원전 확대의 근거로 삼기에 앞서 원전의 전 생애 경제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세기 된 기술, 예산은 왜 계속 늘어나나

이번 분석은 국회 예산정보시스템에 등록된 2007~2026년 원자력 관련 사업 1429개 항목을 대상으로 했다. 누적 예산 가운데 진흥·개발 R&D는 약 8조 4천억원으로, 기능별 지출의 48%를 차지했다. 한때 줄었던 R&D 예산도 2025~2026년 다시 연간 5900억원대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성숙한 기술은 상용화 이후 연구개발 지원이 줄어들지만, 원전은 도입된 지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공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경험이 쌓일수록 비용이 낮아지는 일반적인 학습효과와 반대되는 ‘음의 학습효과’로 분석했다. 안전기준 강화와 설비 복잡성,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관리 부담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2026년 원자력 관련 정부 직접 예산을 인구 5,160만 명으로 환산하면 국민 1인당 연간 약 2만 8261원, 4인 가족 기준 약 11만원이다. 이는 정부 직접 예산만을 계산한 것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간접비용과 공기업 투자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잃어버린 5년’ 주장과 실제 예산은 달랐다

정부와 원전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원전 산업의 ‘잃어버린 5년’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 예산 흐름을 보면 해당 기간에도 원전 산업에 대한 공적 지출은 중단되거나 급감하지 않았다.

 

정부별 연평균 원자력 관련 예산은 이명박 정부 8036억원, 박근혜 정부 7519억원, 문재인 정부 8619억원, 윤석열 정부 1조 2450억원으로 나타났다.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예산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많았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던 박근혜 정부 시기도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 이후 원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하락한 시기와 맞물렸다.

 

결국 ‘잃어버린 5년’이라는 주장은 실제 예산 흐름과 맞지 않으며, 되려 왜 상용화된 지 반세기가 지난 산업에 연구개발비와 안전·사후처리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지가 질문되어야 한다.

 

원전 예산 64.6%는 기금…i-SMR도 사실상 전액 기금

2007~2026년 누적 원자력 관련 예산 가운데 일반회계 비중은 15.1%에 불과했다. 반면 원자력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등 3대 기금의 비중은 약 64.6%였다.

 

기금은 전기요금에 포함된 부담금과 원전 사업자의 출연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한다. 여러 기금과 포괄적인 사업에 비용이 분산되면서 원전을 위해 전체적으로 얼마가 투입되는지 시민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에서 원자력발전을 직접 명시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용도는 원전 감축에 따른 지원이지만, 실제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원자력 관련 예산 가운데 40.6%, 약 1조 3921억원이 원전 진흥 사업에 사용됐다. 핵융합과 해체, 주변지역 지원 등을 제외한 보수적인 집계다.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i-SMR 기술개발 예산 약 2,176억 원도 사실상 전액이 원자력기금과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왔다. 상용화와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전기요금 부담금과 공적 기금이 먼저 투입된 것이다.

 

원전의 진짜 청구서는 가동을 마친 뒤 온다

한전 연결재무제표 기준 한수원의 원전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관련 충당부채는 약 27조 9579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별도의 외부 계좌에 현금으로 전액 적립한 금액이 아니라, 할인율과 미래비용 추정을 바탕으로 장부에 반영한 회계상 추정치다.

 

국내 최초 원전 해체 사례인 고리1호기의 승인 해체비용은 사용후핵연료 처분비용을 제외하고도 1조 713억원이다. 이는 한수원의 전체 해체충당부채를 보유 원전 수로 나눈 호기당 평균 약 9천억원을 이미 웃돈다.

 

보고서는 원전 사후처리 미래비용을 보수적으로 117조~137조 원, 중간 수준으로 194조~291조 원으로 추산했다. 현재 장부상 금액과 미래 추산 사이의 격차는 최대 262조 원에 달한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비용은 결국 미래의 전기요금이나 국가재정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는 최종 처분장조차 확보되지 않아 실제 소요 비용을 정확히 가늠하기도 어렵다. 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의 단가만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전력수요 증가가 원전 확대의 백지수표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AI·데이터센터발 전력수요 증가를 신규 원전과 SMR 확대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원전이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은 같지 않다.

 

전력수요 전망이 적정한지, 실제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과 신규 원전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점이 일치하는지부터 독립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 효율 향상과 수요관리 등 다른 대안과도 비용·시간·위험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은 보고서를 통해 ▲전력수요 전망에 대한 독립적 검증과 원전의 전 생애 경제성 재평가 ▲기금에 흩어진 원전 지출의 가시화 ▲해체·방사성폐기물 비용의 외부 독립기금 사전 적립 ▲SMR 등 신기술에 대한 단계별 검증과 일몰제 도입 ▲원전 비용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제안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은 시장에서 스스로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정부 예산과 전기요금 기금, 국가가 떠안은 위험, 미래로 미룬 비용을 통해 저렴해 보이도록 유지돼왔다”며 “신규 원전과 SMR 확대를 결정하기 전에 경제성 평가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원전 확대의 백지수표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정부 지원과 안전규제,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처분까지 포함한 전 생애 비용을 기준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다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오는 8월 원전 산업의 정책 의존적 수익구조와 공기업을 통한 간접 지원, 해외 원전사업 손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한국 친원전 정책의 비경제성 실증 연구’ 전체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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