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사단법인 먹는물네트워크는 미세플라스틱과 과불화화합물(PFAS) 등 새롭게 제기되는 먹는물 유해물질 문제와 시민이 요구하는 관리 방향을 담은 전문 소식지 ‘먹는물 CLICK’ 통권 6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는 아직 먹는물 수질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관리체계가 형성되는 단계에 있는 미규제·신종오염물질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새로운 오염물질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현재의 과학적 연구 수준과 정수처리 현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예방적 관리와 지속적인 감시, 투명한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준 없으니 안전하다”가 아닌 지속적 감시 필요
첫 번째 주요 기사인 ‘먹는물까지 찾아온 미세플라스틱’에서는 박찬혁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가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과 먹는물 유입 경로, 국내외 검출 현황, 정수처리 제거효율과 건강영향 연구 수준을 정리했다.
국내 먹는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 수준은 국제적으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기존 정수처리 공정에서도 상당 부분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은 분석과 제거에 한계가 있고, 분석 방법도 아직 충분히 표준화되지 않았다.
소식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과도하게 공포화해서는 안 되지만,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분석 방법의 표준화, 취수원과 정수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세탁폐수와 타이어 마모 등 주요 발생원 관리, 조사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낙동강 수돗물 신뢰, 취수원부터 수도꼭지까지 확인해야
맹승규 세종대학교 교수는 ‘수돗물 신뢰는 취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낙동강을 중심으로’를 통해 낙동강 먹는물 문제를 단순한 정수처리 문제가 아닌 시민의 신뢰와 안전, 미래세대의 먹는물 권리 문제로 분석했다. PFAS를 비롯한 잔류성 화학물질과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조류와 자연유기물 증가 등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시설이나 공정에 의존하기보다 취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전 과정을 보호하는 다중장벽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복류수·강변여과수 등 취수방식 개선, 낙동강 본류의 오염원 원천 차단, 유해화학물질의 사용·배출·처리를 연결하는 전주기 관리, 가정·학교·병원 등 시민이 실제로 물을 마시는 수도꼭지 중심의 수질 모니터링과 정보공개가 제시됐다.
시민 90.6%, 미세플라스틱 건강영향 ‘우려’
이번 호에는 먹는물네트워크가 2026년 6월 18일부터 7월 2일까지 실시한 먹는물 유해화학물질 시민패널조사 결과도 수록됐다. 조사결과 미세플라스틱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99.0%였지만, PFAS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51.0%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먹는물 관리기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77.1%였으며, 미세플라스틱의 건강영향을 ‘조금 또는 매우 우려한다’는 응답은 90.6%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의 관리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88.5%가 임시기준 마련, 우려물질의 빠른 기준 설정, 검사 확대와 결과 공개 등 선제적인 관리방식을 선택했다.
먹는물을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는 ‘검사항목에 포함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52.1%로 가장 높았으며, ‘먹는물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49.0%로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는 시민들이 단순히 “문제가 없다”는 안심 메시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물질을 검사하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는지, 검사 결과와 대응 상황을 어떻게 공개하는지를 직접 확인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병입수 의존과 물 인권 문제도 조명
통권 6호에는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을 통해 기후변화와 오염으로 물의 순환과 생태계의 재생 능력이 무너지는 미래를 살펴본 글도 담겼다. 물 절약과 재이용, 오염원 감축, 자연 보호와 시민의 물 정책 참여를 물순환 회복을 위한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제시한다.
‘언보틀드’ 저자인 대니얼 재피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교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병입수 시장의 성장과 물의 상품화, 공공 상수도에 대한 투자 부족, 수돗물 불신과 생수 소비 증가의 악순환을 분석했다. 안전한 공공 상수도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지역일수록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비싼 병입수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을 살펴보고, 깨끗하고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물에 접근하는 것을 기본적인 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먹는물네트워크 엄명숙 이사장은 “새로운 유해물질에 대한 시민의 우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막연한 안심 홍보가 아니라 과학적인 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라며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관리에서 벗어나 검사, 공개, 기준 마련, 배출원 관리가 연결되는 선제적 먹는물 안전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먹는물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수돗물·정수기물·먹는샘물 등 시민이 실제로 마시는 물을 중심으로 수질관리 현황과 새로운 위험요인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시민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바탕으로 먹는물 안전과 신뢰 향상을 위한 정책 제안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