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호남권에서만 최근 5년간 239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속도를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현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비례대표)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호남권의 출력제어량은 8만3944MWh(171회)에 달했다. 이는 2021년 35MWh(3회)보다 2398배나 늘어난 수치로 상당 부분은 태양광 발전에서 기인했다.
발전원별로 보면 ▲원전 2만2651MWh(23회) ▲태양광 4만723MWh(47회) ▲풍력 5043MWh(69회) ▲연료전지, 바이오 등 기타 1만5527MWh(32회)였다.
올해 상황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다. 6월 기준 호남권의 출력제어량은 8만4784MWh(155회)로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이는 전국의 전기차(배터리 용량 80kWh급) 약 100만대를 완전히 충전하고도 남는 전력량이다.
발전원별로 보면 ▶원전 1만5405MWh(22회) ▶태양광 5만110MWh(47회) ▶풍력 7363MWh(55회) ▶기타 1만1906MWh(31회)였다.
전기는 대규모 저장이 어려워 생산되는 순간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계통이 불안정해지면 대규모 정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발전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필수적이다.
호남권의 출력 폭증은 상대적으로 출력제어가 드물었던 영남권까지 연달아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전국의 계통이 연결되어 있어 한 권역의 출력량이 출렁이면 다른 권역의 출력도 연쇄적으로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과 2022년 출력제어가 한 번도 없었던 영남권의 출력제어는 지난해 5만8804MWh(62회)까지 치솟았는데, 호남권의 과부하를 견디기 위해 안정적 전력인 원전의 출력(3만7743MWh·14회)을 줄이는데 제어가 집중됐다.
전국의 출력제어량 역시 ▶2021년 35MWh ▶2022년 0MWh ▶2023년 1만7019MWh ▶2024년 1만3180MWh ▶2025년 16만9812MWh ▶2026.6월 16만4012MWh으로 급등 추세다.
출력제어 증가는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자주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는 의미다. 제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계통 불안정이 커져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스페인 대정전도 태양광 발전 확대를 송배전 인프라와 운영체계가 뒷받침하지 못해 발생한 사례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서남권 반도체 산단 구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확보하더라도 원전같은 안정적인 기저 발전원과 송전망, 변전 설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금년 상반기 국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율은 0.3%로 중국 3.6%, 독일 3.5%, 미국 캘리포니아 3.8% 등 해외 대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 중국, 미국 등 인접 국가 및 주(州)와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광역 전력시장과 고립된 단일 섬 전력망인 우리나라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단 통제가 어려운 직류 전력(재생에너지)의 대거 투입은 제조업이 많은 한국에 매우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제기된다.
김위상 의원.
김위상 의원은 “단 한 번의 출력제어 실패도 대규모 블랙아웃이라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근의 출력제어 급증은 전력 계통의 취약성을 드러낸 경고등”이라며 “정부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앞서 원전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계획을 차기 전기본에 확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