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책임연구원(한국종합환경연구소)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장맛철에도 맑은 날은 연일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져 전국 유명관광지와 계곡들은 피서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더 많은 피서객들이 자연의 품으로 안식(安息)을 구할 것이다. 그런데 자연과 피서객들이 어우러져야할 시간임에도 불구, 일부 피서객 때문에 자연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7∼9월의 자연은 시기적으로 생태계의 활성도가 가장 높은 시기다. 다시 말하면 산란과 생물성장이 가장 왕성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휴가철이 겹치다 보니 생태계에 미치는 폐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예전에 필자는 울릉도에 자연환경조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 생활하시는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필자는 "여기서 무엇이 가장 힘드세요?"라고 여쭤 본적이 있다.
아주머니는 "외지인들이 돈을 들고 와서 본인들 맘대로 뭐든지 다하려 들어서 힘들어, 자연이고 사람이고 자기들 기분에 모든 것을 휘젓고 다닌단 말이야, 그런 모습들을 보면 너무 힘들어", "산에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차를 타고 이곳저곳 타고 막 들어가, 약초도 산에서 막캐고, 그런 모습보고 내가 뭐라하면, '아! 돈들이면 되잖아요!'라면서 오히려 큰소리 친다니까". 아주머니는 말씀을 하시면서 부드러운 어투가 점점 격앙되셨다.
휴가철 뿐만 아니라 요즘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레져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이 레져 또한 자연에 어우러지려 하지 않고 있다. 요즘 삐뚤어진 자연관으로 자연을 느끼려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곡과 강은 레프팅 인구 증가로 시달리고 있다. 어류산란지 파괴, 수생식물 서식지파괴 등 수서생태계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자동차문화가 발달하면서 산악 오프로딩을 즐기는 동호인이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문제는 산의 임도에서 즐기는 오프로딩이 아니라 산의 아무 곳이나 차를 타고 들어가서 산란철인 야생동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식물들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다. 계곡 등을 차로 올라가면서 각종 오일류가 그대로 계곡으로 유입돼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실정이다.
자연은 편안하고 레져 인구나 피서객들도 즐거워야하는 것이 자연과의 어우러짐인데 산으로 들로 떠나는 사람들은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아닌 악연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훼손하는 자연은 너무나도 많고 광범위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예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내가 행한 언행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상대방에게 인지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이고 혹은 존경의 의미이다.
우리는 이러한 예의를 자연에 표현해야 한다. 자연에 대한 예의는 매우 필요하며 환경윤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환경윤리는 자연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인간의 역할을 주시하고 그 사이에 성립하는 도덕적 관계에 관심을 갖으며 이러한 관계를 규율하는 윤리적 원리들은 전 지구적인 자연 환경과 그 속에 거주하는 모든 동식물들에 대한 인간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해 준다.
"환경윤리란 내 스스로에 갖는 자연에 대한 작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