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부용진】중국 소수민족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 영화(드라마) 한 편으로 완전히 바뀐 세상이 됐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街古村王(왕촌고가)’라고 적힌 부용진 마을 입구.
중국 호남성(湖南省, 후난성) 무릉산구(武陵山區)에 위치한 ‘부용진(芙蓉镇)’의 원래 이름은 ‘왕촌(王村)’이다. 지난 2008년 사망한 사진(謝晉, 쉐진) 영화감독이 1986년 소설을 영화로 만든 ‘부용진(Hibiscus Town, 134분)’의 촬영지가 ‘왕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관광지로 변모했다. 2천년 역사를 가진 마을 이름 ‘왕촌’도 영화 제목인 ‘부용진’으로 바뀌었다.
부용진역.
‘장가계서역(张家界西驛)’에서 80㎞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부용진역(芙蓉镇驛)’을 고속열차로 20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를 이용했다면 비용도 비쌌겠지만, 구불구불한 길을 2시간 가량 달려야 했다.
미리 예약한 부용진 마을 안에 있는 숙소에서 부용진역까지 승용차를 보내줬다. 차량을 타고 20여분 정도 달려 마을 입구까지 도착했는데, 운전기사가 차를 멈추더니 입장권을 구매해 오라고 한다.
차량 출입이 불가능한 부용진의 계단길을 여행자가 캐리어를 들어 옮기고 있다.
입장권을 산 뒤 5분 정도 좁은 마을 골목길로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에는 숙소 직원이 미리 마중 나와 있었다. 그 직원은 캐리어 하나를 들고, 좁은 골목길을 앞장서 걸었다. 계단이 많아 여행객들이 무거운 짐을 옮기려면 꽤 힘이 든다.
영화 ‘부용진(芙蓉镇)’과 부용진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을 소개한 사진.
부용진의 높은 지역은 해발 927m, 낮은 지역은 해발 139m로 가파른 경사에 자리한 마을이다. 골목이 좁고, 복잡해 차량 출입이 불가능한 집들이 많다. 폭포가 마을을 관통해 지나간다고 해서 ‘挂在瀑布上的千年芙蓉镇(괘재폭포상적천년부용진. 폭포에 걸린 천년 부용진)’이라고 불린다.
부용진의 낮 풍경.
부용진 폭포 위 돌다리에서 낚시하는 사람.
숙소에서 내다본 부용진 마을은 동화에 나오는 풍경이다. 계곡 안에는 작은 돌다리도 놓여 있고, 수초가 자란다. 수초 사이를 헤엄치는 고기를 낚는 사람도 있다. 토가족 양식의 가옥들이 계곡 양옆으로 지어졌다.
마을 앞 영반계곡의 물은 호남성과 호북성(湖北省, 후베이성)을 흐르는 유수(酉水, 여우수이) 강(江)의 지류다. 주요 수로의 길이는 약 10㎞인데, 단층이 있기 때문에 계단형 폭포를 형성하고 있다.
부용진 ‘오리석판가(五里石板街)’.부두에서 시작해 부용진 동네를 이어주는 돌길을 ‘오리석판가(五里石板街)’라고 하는데, 식당과 특산물,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양옆에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전통복장을 대여해 주는 상점과 마사지샵도 많이 늘어났다.
공연이 열리기 전 ‘부용진 파수당’ 건물 앞 광장.
‘부용진 파수당’ 건물 앞 광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광객들.
부용진 마을에서 열리는 공연.저녁에는 ‘부용진 파수당(芙蓉镇 擺手堂)’이라고 적힌 건물 앞 광장에서 토가족(土家族)의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부용진은 토가족(土家族), 묘족(苗族) 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가 한족이다.
‘토왕교’.
조명이 켜진 토왕교.
조명이 켜진 토왕교 전체 전경. 부용진의 밤은 또 다른 변신을 한다. 계곡을 흐르는 물 위로 놓인 다리 ‘토왕교(土王桥)’는 은은한 조명을 밝힌다. 중경(重庆, 충칭) 도심의 홍애동(洪崖洞, 훙야동)’ 야경이 황금빛으로 화려한 야경이라면, 부용진 야경은 흘러내리는 폭포와 어우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부용진의 야경.
부용진 토왕행궁 옆 폭포의 야경.
부용진 내에는 모두 3개의 폭포가 흐른다. 가장 아래쪽 강과 합류하기 직전, 토왕행궁 바로 옆에 위치한 폭포는 높이 약 60m, 너비 약 40m에 달한다.
부용진 토왕행궁 옆 폭포.
폭포 안으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관광객들은 튀는 물을 맞으면서 걷기도 한다.
후베이성 우한시(武汉市)에서 왔다는 30대 중국인 청년은 여자친구를 모델로 사진을 찍어주며 “너무나 환상적인 곳”이라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영화 ‘부용진’ 포스터.
한편 영화 ‘부용진’은 문화대혁명 전후인 1963년 중국 작은 마을 부용진이 무대다. 류샤오칭(刘晓庆)이 쌀두부가 유명한 부용진에서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공 ‘胡玉音(호옥음)’으로 연기했다. 영화는 호옥음과 그녀의 연인 진서전(秦書田)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소재로 한다. 이 영화는 1988년 ‘26회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