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길 여관서 느낀 ‘따뜻한 동포의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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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길 여관서 느낀 ‘따뜻한 동포의 정(情)’ 이정성 기자 2026-02-26 07:47:33

【에코저널=연길】연변조선족자치주(延边朝鲜族自治州) 연길(延吉)에서의 5박6일 일정이 스치듯 지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한국에서 항공권과 숙소 예약 당시 중국 춘절 기간이라 평소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베이스캠프로 연길에 예약한 숙소는 정확한 상태를 몰라 하루 묵어 본 후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었다. 

 

당초 한국 돈으로 5∼6만원 정도의 적당한 호텔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인터넷을 뒤져 이용자들의 후기 호평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조선족 부부가 운영하는 ‘오주려관(五洲旅館)’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족들이 한자로 남긴 이용후기를 번역해 보니 “친절했다”, “좋았다” 등의 평가가 많았다. 한글 후기도 단 1건 있었는데, “다음에 연길을 방문하면 다시 찾겠다”고 적혀 있었다.

 

오주려관은 연길 숙소 중 가장 가격이 저렴했다. 혼자 묵을 예정이었기에 오주려관에서 운영하는 5개의 방 중 가장 작은 방을 1박에 50위안(1만500원)에 예약했다.

 

연길 숙소 주변 도로 야경.숙소 체크인 첫날부터 느낌이 좋았다.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에서 왔다는 내게 “방이 너무 좁아서 불편할 것 같다. 내일부터 같은 가격에 큰 방으로 옮겨 주겠다”고 제안했다.

 

첫날 묵었던 방은 화장실이 딸린 침대방인데, 창문이 없었다. 노트북을 올려놓고, 사용할 테이블도 없었다. 

 

다음 날부터 귀국 당일 오늘(26일)까지 4일 동안 이용한 방은 트윈침대가 있었는데, 붙여서 사용했다. 창문도 있었고, 의자와 테이블도 구비된 넓은 방이었다. 

 

오주려관을 운영하는 김춘추·리미화 부부. 리씨가 기자에게 줄 컵라면과 김치를 쟁반에 들고 서 있다.오주려관은 조선족 김춘추(金春秋, 1954년생)·리미화(李美花, 1958년생)씨 부부가 종업원을 두지 않고 직접 운영했다. 남편 김씨는 기사 작성 때 한자 표기와 중국식 발음을 비롯해 버스노선과 연길의 가볼 만한 곳 등 여러모로 조언을 해줘 큰 도움이 됐다. 아내 리씨는 수시로 커피를 내주고, 컵라면에 물을 넣어 김치와 함께 건네는 등 세심하게 챙겨주는 일이 많았다.

 

중국인들은 평소 공원이나 광장에서 춤을 춘다. 여관 일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리미화씨가 오주려관 앞에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틀어놓고 춤추고 있다.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의 리미화씨는 연변 조선족 대부분이 그렇듯이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에서 3년 동안 일하고 돌아왔다. 김춘추씨는 2011년 아내 리씨와 함께 3개월 동안 체류한 것이 한국 방문의 전부다.

 

연길 오주려관 앞에는 주민위원회 건물이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는 주정부 소재지인 연길시(延吉市)를 비롯해 용정(龙井)·화룡(和龙)·도문(图们)·돈화(敦化)·훈춘(珲春) 등 6개 현급시와 안도현(安图县)·왕청현(汪清县) 등 2개 현이 있다. 김씨 부부는 왕청(汪清, 중국어 발음 ‘왕칭’) 출신이다. 

 

김씨 부부는 “여관 운영은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23년째”라며 “한족 손님이 대부분이고, 러시아인, 홍콩인, 최근에는 무비자로 입국한 한국사람도 드물지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미주)와 영국·독일 등 유럽 손님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여관은 1∼2층 복층에 13개 이상 객실을 운영해오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여행객이 끊겨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2층은 정리하고, 현재 1층만 운영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슬하에 1983년생 딸과 14살 외손녀를 두고 있는데, 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해 자주 방문했다. 


송이버섯 판매 상점들.여관 주변에는 송이버섯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시기가 아닐 때는 건조 송이버섯을 판다고 한다.


리미화씨는 흡연을 위해 자주 현관 밖을 오가는 내게 “한국사람들은 참 질서를 잘 지킨다”며 “불편한데도 꼭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핀다”고 칭찬했다. 그녀의 남편 김씨는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밤에는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너무 커서 카운터에 있는 김씨 부부와 현관 옆방 손님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아 흡연을 참았다. 

 

체크인 다음 날, “밤늦게 오가면 다른 손님들의 수면에 지장을 주니 방에서 창문을 열고, 흡연했으면 좋겠다”는 김씨 부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이후로는 흡연을 위해 현관을 오가지 않았다.

 

숙소 옆 연길역(延吉站)은 고속철도역인 연길서역(延吉西站)이 생긴 뒤 일부 열차만 운행하다가 5∼6년 전부터는 아예 승객열차 운행을 전혀 하지 않고, 현재는 화물열차만 운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공버스노선이 많아 연길서역은 물론 시내와 공항 등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연변박물관.연변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족 풍습 중 회갑연.연길역에서 연변박물관은 28선(28線) 버스를 타고 방문했다. 연변의 역사를 한문(간체)으로만 적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극히 일부만 한글이 병기됐는데,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28선은 연길공항도 지나가기에 오늘 다시 이용할 예정이다.

 

서시장 입구.


널리 알려진 서시장(西市場)은 연길역에서 B4선(4線)을 이용해 찾았다. 시장 상인 중 조선족이 꽤 있었다. 의외로 김치와 순대, 가래떡, 막걸리를 판매하는 상인 중에는 한족들도 많았다.

 

연길백화점.‘옥수수온면’과 ‘감자전’. 연길백화점은 연길역에서 3선(3線)을 타고 갔다. 역시 백화점 물가는 서시장에 비해 많이 비쌌다. 8층 푸드코트의 조선족 음식점에서 ‘옥수수온면’과 ‘감자전’을 주문했다. 감자전은 맛있게 모두 먹었지만, 2인분 분량의 ‘옥수수온면’은 절반 이상을 남겼다. 옥수수온면 가격은 15위안(3124원), 감자전은 10위안(2083원)이다.


연길 숙소에서 연변대, 연변박물관, 연길백화점, 서시장 등을 오갈 때 드는 버스요금은 각각 편도 1위안(한화 210원), 왕복 2위안(한화 420원)이다. 


하루는 김춘추씨에게 연길에서 고속열차로 당일 왕복 가능한 코스를 묻자,  편도 4시간, 왕복 8시간 가량 소요되는 하얼빈(Harbin, 哈爾濱)과 선양(沈阳, 심양)을 추천했다. 

 

연길역 앞 버스들.하얼빈은 방문한 적이 있어 600∼700KM 거리의 선양을 목적지로 정한 뒤 새벽 5시 30분경 버스를 타기 위해 연길역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일기예보는 영하 7도라고 하는데,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이상의 추위가 느껴졌다. 15분 이상 기다려 B4선(4線) 버스에 탑승해 20분 가량 달려 연길서역에 도착했다.

 

연길서역.연길서역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사려고 목적지를 말하니, 매표소 직원은 “메이요(没有, 없어요)”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뒤에 서 있는 대기줄이 길어 더 이상 매표소 직원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주변 중국인들에게 물었더니, 춘절연휴가 끝났음에도 불구, “표가 매진됐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발길을 돌려 다시 한번 추위를 견디면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하루는 김춘추씨가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냐”고 물어 단골식당이 된 연길역 앞 ‘喜来顺菜馆(희래순채관)’을 알려줬더니, “가격이 저렴하면 싼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식당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희래순채관의 생선튀김.

희래순채관은 음식의 양을 푸짐하게 주는,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 ‘함바식당’ 느낌이다. 내가 즐겨 먹었던 시래기탕·된장국이 13위안(2700원), 소고기국밥은 18위안(3770원)이다. 밥과 7∼8종류 반찬이 무한리필이었고, 500mm 용량의 빙천(氷川) 병맥주는 4위안(838원)으로 저렴했다.

 

어제 점심에는 큰맘 먹고 25위안(5228원)짜리 생선튀김을 주문했는데, 7마리가 나와 놀랐다. 결국 3마리만 먹고 나머지 4마리는 포장해 왔다.

 

동북아랭면부 음식점.육개장.입맛에 맞고 가격도 저렴한 식당을 옮겨야 하나 고민하다 어젯밤에는 버스터미널 옆 ‘동북아랭면부’라는 식당을 찾았다. 육개장을 먹었는데,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아쉽게도 빙천 병맥주는 단골식당보다 2위안 비싼 6위안(1254원)을 받았다.


입맛이 토종이더라도 연길에서는 큰 걱정이 없었다. 조선족 음식점이 많고, 대부분 맛있었다. 한자와 한글을 함께 사용해서 어려움도 적었다. 때론 음식점에서 종업원을 대할 때 일부러 한국어로 말해보기도 했다. 그럼 한족 종업원은 서둘러 조선족 종업원을 데리고 오거나, 자신이 스스로 번역기를 돌려 대화를 시도해서 편하게 주문 가능했다.


귀국일인 오늘 아침 연길의 기온은 영하 6도, 일정 기간 내내 눈·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였는데, 중국 기상청은 오후에 '소낙눈(폭설)'을 예보했다.


리미화씨는 오늘도 커피를 내줬다. 그녀는 “입맛에 맞으면 공항에서 먹을 따뜻한 곡물차를 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김씨 부부는 “언제라도 연길을 다시 방문하면 꼭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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