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간절곶 해 떠야 한반도 아침 온다”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간절곶 해 떠야 한반도 아침 온다”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5)  
  • 기사등록 2024-02-25 07:16:28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서생면 신리마을에는 벚꽃을 비롯한 꽃들이 봄 채비하기에 바쁘다. 

 

춘백.

신리포구와 나사해변(羅士海邊)의 방파제 안에 많이 있어야 할 배들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에 봄이 되어 파릇파릇 쑥이 고개를 들 때,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죽어 있던 기가 쑤∼욱 솟아난다”고 하더니 도다리 건지러 만경창파(萬頃蒼波) 해치고 조업(操業)을 나갔는지 한가롭다. 

 

목련.

춘백(春栢)과 목련이 봄바람과 속삭이는 나사해수욕장 육각모래도 분가루처럼 곱기만 하다. 

 

나사해수욕장.

나사해변을 따라 간절곶까지 숙박업소와 펜션 등이 줄을 서듯 늘어선 것을 보니 찾아오는 손님이 꽤 있는 것 같다. 간절곶 소망의 길은 벽마다 시구(詩句)를 적어 놓았고, 바위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다. 

 

거품바위 길.

벽시(壁詩).

“바위 가운데는 작은 물결무늬가 거품처럼 여러 개 동글동글 모여 있다”고 하여 ‘거품바위 길’이 됐다. “진짜 효(孝)는 어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손바닥 자국이 있는 바위가 있어 ‘효바위 길’이 되는 등 스토리텔링을 했다.

 

유채꽃이 핀 간절곶등대 앞에서.

“간절곶(艮絶串)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에 온다”(艮絶旭肇早半島, 간절욱조조반도)는 말처럼 한반도에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해맞이 명소가 됐고, 해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간절곶 공원.

‘이길봉대(爾吉烽臺)’라는 봉수대가 있어 ‘이길(爾吉)’로도 불렸던 간절곶을 일제는 우리나라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간절갑(艮絶岬)’으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기도 했다. 먼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처럼 보인다 해서 ‘간절곶’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소망우체통.

끝없이 펼쳐지는 창랑(滄浪)과 끝없이 달려와 포말을 일으키는 창파(滄波)를 바라보며 무슨 소원이든 간절(懇切)하게 소망하면 이뤄질 것 같은 곳이어서 아주 큰 소망우체통을 세웠나 보다. 

 

모녀상.

신라의 명신(名臣) 박제상은 왕명으로 왕의 아우를 구하러 아내 몰래 왜(倭)로 건너간 것을 알고 두 딸과 함께 무사귀환을 간절하게 빌며 동쪽바다를 바라보는 모녀상이지만, 바다로 일 나간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간절하게 비는 것 같다.

 

풍차.

오전 중에 잠깐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도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 “길을 걸으면 만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간절곶 소망 길을 따라 풍차가 있는 공원에서 몇 걸음 옮기면 한가한 요트계류장이 나오고,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찍었던 자리는 카페로 변한 것 같다. 

 

왕관 사각정.

울산큰애기 노래비.

해변에는 왕관모형의 사각정자가 파도소리에 귀를 쫑긋한다. 가수 김상희가 불러 울산을 크게 알렸던 ‘울산 큰 애기’(작사 탁소연, 작곡 나화랑) 노래비는 아직도 짝을 찾고 있는 것만 같다.

 

송정해안 유료낚시터.

데크로 된 해안바위 길을 몇 고비 오르내리는데 송정방파제 안에 있는 유료낚시터가 휴일을 맞아 성업을 이룬다.

 

갯바위 낚시.

위험을 무릅쓰고 갯바위에 앉아 낚시를 드리우는 태공들의 손놀림이 더 바쁘다. 

 

공사 중인 데크길.

대바위공원.

임금님에게만 진상한다는 미역을 따는 ‘상납돌’, 왜가리들이 떼 지어 놀았다는 ‘왜갈돌’들에 빠져 길을 걷다가 아직 데크길이 준공되지 않아 길이 아닌 길로도 접어들면서 ‘대바위공원’을 지나쳐 오늘 새벽에 늦게 도착해 토막잠을 잔 ‘진하해변’에 다다른다.

 

진하해변 원경.

진하해변은 서생면에 있는 해변으로 백사장 9만6천㎡(약3만평), 길이 1㎞, 너비 300m로 수심이 얕다. 바닷물이 맑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남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백사장과 조화를 이뤄 사진작가 등 애호가들이 많이 찾아오고, 북쪽으로는 화야강의 하구로 담수욕도 즐길 수 있다. 간만의 차가 커 썰물 때는 바다 앞에 있는 명선도에 걸어 들어 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백사장 작업하는 굴삭기.

아침에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백사장에서는 굴삭기 여러 대가 모래를 바다에서 퍼내고 바다 위에는 바지선 두 척이 모래를 가득 싣고 작업을 한다. 궁금해 주민에게 여쭤봤더니 여름에 찾아오는 피서객들을 위해 바닷속 모래를 퍼내어 백사장을 고르는 작업이라고 한다. 

 

모래가 쌓여 있는 진하백사장과 모래실은 바지선. 

이런 작업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지 모르나,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면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다. 

 

바다의 모래는 자연의 힘에 의해 쌓여야 하는데, 혹시 해변의 건물들이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을 막아버려서 생기는 일이 아닌지 걱정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2-25 07:16:28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