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4 협상 참가국들, 플라스틱 위기 심각성 대응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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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오타와】캐나다 오타와에서 4월 23일 개막해 당초 폐막일(4월 29일)을 넘긴 현지시각 4월 30일 새벽 2시에 종료된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플라스틱 위기 심각성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넘어야 할 장애물로 가득했던 본회의 끝에, 가장 논란이 되는 항목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논의는 결국 회기간 작업에 포함하지 않게 됐다.

 

각국은 자금 조달 메커니즘과 플라스틱 제품, 플라스틱 제품의 우려되는 화학물질, 제품 디자인, 재사용성 및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회기 간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회원국들은 법률 초안 작성 그룹을 구성해 본문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고 본회의에 권고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회기 간 작업에서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업스트림(Upstream)’ 조치를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 추출 또는 생산 감축 조치를 포함시키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타협은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기후위기를 가져오는 플라스틱의 핵심을 무시한 것으로, 협약 과정의 야망을 약화시킨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근본 원인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우려다.

 

환경단체는 이번 협상에서 플라스틱의 추출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루는 야심찬 플라스틱 조약을 지지하는 챔피언은 누구이며, 플라스틱 및 화석 연료 산업의 이익에 굴복하는 빌런은 누구인지가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페루와 르완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기준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범세계적 작업 제안을 발표하며, 챔피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말라위, 필리핀, 피지 등 많은 대표단이 이를 강력히 지지했다.

 

르완다·페루 제안 외에도, 여러 국가가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플라스틱 폴리머 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협약 문안에 1차 플라스틱 폴리머 문제 해결 조항을 유지하고 올해 말 부산에서 열리는 5차이자 마지막 협상을 위한 추진력을 구축하도록 당사국들을 결집하기 위한 것.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노력이며, 추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소수의 폴리머 및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구성된 ‘빌런’들은, 협약 초안의 범위를 폐기물 관리 문제로만 축소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가 의미하는 바를 재정의하려고 했다.

 

오타와에서 실질적인 협상에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각국은 아직 부산에서 열릴 최종 협상에 불충분한 문안을 가지고 떠나게 됐다. 초안이 다소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삭제된 내용보다 추가된 내용이 더 많고, 수 많은 옵션과 괄호(즉, 아직 합의되지 않은 언어)로 가득 찬 문안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소수 국가들이 조약의 범위를 좁히고 야망을 낮추기 위해 수많은 괄호를 추가하고 다양한 조항의 문구를 뻔뻔스럽게 왜곡하는 등의 전술을 사용하며 끊임없이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사국들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한 경우, 투표를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잠정적인 절차 규칙에 따라 운영해 왔다. 그러나 투표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진전을 방해하려는 국가들의 압력으로 인해 국가들은 사실상 합의에 기반한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운영됐다.

 

화석연료 산업의 이해관계가 협상에서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에, 야망이 낮아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금주 초, CIEL(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이 UNEP의 INC-4 참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화석 연료 및 화학 산업 로비스트 196명이 등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효과적인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과학자 연합’보다 7배, 원주민 간부회의보다 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불과 6개월 전의 INC-3에 비해 37% 증가한 수치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의 확산과 오염은 다방면에 걸친 전 세계적 문제”라며 “우리는 국가들이 법적 구속력 있는 조치를 계속 추구해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의 추출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체 수명 주기를 국제법 내에서 다루는 협약에 합의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INC 5차는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INC-4를 마무리하며, BFFP(Break Free From Plastic) 회원들의 반응


짐 퍼켓 바젤행동네트워크 이사(미국) 

“플라스틱은 사용·세척·처리 과정에서 인체에 해가 되는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플라스틱의 독성 화학 첨가물은 재활용을 통해 재탄생되어서는 안된다. 플라스틱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은 ‘줄이기, 생산하지 않기’다. 우리의 새로운 협약은 이 목표를 향해 나가야만 한다”

 

로리안 트리물라 갤리프리 재단 커뮤니케이션·프로젝트 메니저(스위스) 

“자금 조달 메커니즘, 플라스틱 제품, 우려 화학물질 및 제품 디자인에 대한 회기간 작업에 대한 공식적인 의무를 갖게 된 것은 INC-4에서 맺은 진전이지만, 이는 1년 전 파리에서 열린 INC-2에서 일어났어야 할 일이다. 이제야 회원국들은 그것을 위해 싸우게 됐다. 르완다와 페루가 제안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회기간 작업은 공식적 의무에서 누락됐는데, 이는 강력한 협약을 맺기 위해 절대적인 필수 요소였다. 우리는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지 않고는,플라스틱 오염과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에 포함된 모든 첨가물들은 우리의 환경, 생태계, 건강을 망치고 있으며, 끔찍한 사회적 불공정을 낳고 있다. 부산에서 열릴 INC-5가 플라스틱 오염 없는 미래로 가는 마지막 견고한 다리가 되기를 란다.”

 

제이콥 킨-햄머슨 해양 캠페이너(영국)

“정부간 협상 위원회는 다가올 협약의 성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묻는 데 다시 한번 실패했다. 진보적인 국가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협상을 인질로 잡는 국가들을 허용한다면, 우리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겠다는 공동의 야망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발렌티나 무뇨스 해양 쓰레기·커뮤니티 참여 담당(포르투갈)

“지난 며칠간 일부 회원국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적절히 다루는 것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는지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체되고 있고, 플라스틱 오염과 실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점점 귀를 닫고 있다. 이해당사자 그룹의 이기심, 욕심, 탐욕이 협상에서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다가올 협약에 필요한 야망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절감은 플라스틱 오염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해법 중 하나다. 이 주제에 대한 회기간 작업 의무가 부재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쓰레기는 우리가 마시는 물로 흘러 들어오며 우리가 먹는 음식, 심지어 숨 쉬는 공기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캠페이너(한국)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공적인 결의 여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감축에 달려있다. INC-4에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INC-5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INC의 마지막 5차 회의 개최국이자 HAC(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높은 야망 연합)의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대해 야심찬 선언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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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2 08: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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