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히로시마 도심의 에도시대 정원 ‘슛케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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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히로시마 도심의 에도시대 정원 ‘슛케이엔’
  • 기사등록 2024-05-13 22:30:14
  • 기사수정 2024-06-01 18: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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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히로시마】히로시마 시(広島市) 중심부인 나카구(中区) 도심에는 “수 많은 경승지를 모아 그 축소판을 표현한다”는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정원 ‘슛케이엔(縮景園)’이 있다. 

 

히로시마 시 도심에 위치한 정원 슛케이엔 모습. 중앙이 고코교(跨虹橋) 다리. 우측 건물은 ‘세이후칸’.

13일 오전(한국과 시차 없음) 숙소에서 출발해 노면전차 6호선을 타고 20분 정도 지나 내린 뒤 5분 정도 걸어서 히로시마현립미술관(広島県立美術館)과 나란히 위치한 ‘슛케이엔’에 도착했다.

 

히로시마의 고풍스러운 구형 노면전차.

세련된 신형 노면전차.

도쿄증시 2부에 상장된 히로시마전철 주식회사(広島電鉄 株式会社)에서 운행하는 노면전차는 대부분 신형으로 교체되고 있는데, 간혹 구형전차도 만난다.

 

슛케이엔 안내지도.

정원을 관리하는 히로시마 현(広島県)에 따르면 ‘슛케이엔’은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황폐됐으나, 재건됐다. 전체 수목 4826 그루 중 피폭된 수목 3그루가 포함돼 있다. 나머지 나무 모두 재건하면서 심었다.

 

슛케이엔 산책로.슛케이엔은 아즈치모모야마시대(安土桃山時代)부터 에도시대(江戶時代) 전기까지 히로시마 다이묘(중세 일본의 각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인 아사노 나가아키라(浅野 長晟) 별지의 정원이다. 4만7600㎡(1만4399평) 면적의 아담한 정원은 다인(茶人)으로 이름을 알린 가신 우에다 소코(上田宗箇)가 조성했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 항저우(杭州)의 서호(西湖)를 모방한 것이라고도 한다.

 

슛케이엔 연못의 잉어.

슛케이엔 연못의 거북이.

정원 가운데는 크고 작은 10개 정도의 섬들이 떠 있는 다쿠에이치(濯纓池) 연못이 있다. 연못에는 비단잉어들이 꽤 많이 있고, 거북이들도 보인다. 연못 주위엔 산과 계곡, 다리, 다실, 정자 등이 절묘하게 배치돼 산책로로 이어진 ‘회유식(回遊式) 정원’이다. 

 


슛케이엔 직원은 “회유식 정원’은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에 생겼고, 에도시대(江戶時代) 초기에 최전성기로 유행한 형식”이라며 “다이묘(大名) 정원 대부분이 채택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슛케이엔은 멀리 보이는 산, 마을과 떨어진 계곡, 광대한 해안 등 다양한 경치를 담아 설계했다”며 “실제 정원 면적을 뛰어넘는 스케일이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슛케이엔 대나무숲.슛케이엔은 사계절 각각의 분위기를 색다르게 연출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대나무숲에는 굵은 대나무들이 장관이다. 정원 이름에 걸맞게 응축된 풍경과 다양함을 표현하고 있다.


슛케이엔 직원은 “연못 중앙에 놓인 고코교(跨虹橋) 다리는 원래 다른 모양이었으나, 7대 번주였던 아사노 시게아키라(浅野重晟)의 명령으로 교토의 장인이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했다고 전해진다”고 소개했다.

 고코교.

슛케이엔 연못의 다리들.히로시마 현에 따르면 정원 중앙에 있는 ‘세이후칸(清風館)’은 스키야즈쿠리 양식(다실풍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고케라(얇은 관)로 지붕을 만들었다. 연못 곳곳에는 여러 개의 다양한 다리들이 있다.

 

외국 관광객이 슛케이엔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외국 관광객이 책을 읽고 있는 정자를 반대편에서 본 모습. 정원 서쪽에는 서원 양식이 갖추어져 있고, 동쪽에 고코교 다리가 보이는 건물은 아사노(浅野) 집안 대대로 당주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원자폭탄에 의해 정원이 파괴됐으나, 히로시마 현 교육위원회가 전쟁 이전 경관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정비를 추진했다. 아사노 가문이 정원 부지를 히로시마 현에 기증한 이후 세이후칸 등의 건물도 복원됐다. 현재는 연간 25만명의 탐방객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히로시마성의 해자.

슛케이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히로시마성(広島城)’과 중앙공원도 찾았다. 히로시마성도 원자폭탄 폭발 직후 동반된 후폭풍에 파손됐다. 현재의 대천수(大天守)는 1958년 철골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외관만 복원해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리조(鯉城 잉어성)’라는 별명을 지닌 히로시마성의 해자에는 실제로 큰 잉어들이 무리를 지어 다녔다.

 

원폭에도 살아남은 유칼립투스 나무.

유칼립투스 나무 안내 표지판.

히로시마성로 향하는 길가에 있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 앞에는 ‘원폭투하 중심지에서 74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함에도 불구, 살아남은 나무“라고 적혀있다.

 

미국인 조와 캐나다 퀘벡 출신의 아내 조세피나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고 있다.

히로시마성에서 갑자기 다가온 백인 할아버지가 “안뇽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왔다는 조(Joe, 72)는 과거 자신이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 공군으로 근무했다고 소개했다. 조와 캐나다 퀘벡 출신의 아내 조세피나(Josefina, 62)는 서울과 부산을 방문한 뒤 어제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조는 “한국을 너무 좋다한다”며 “친한 친구가 한국 여자와 결혼해서 버지니아에서 살고 있는데, 그 와이프는 미국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한국에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도쿄에서 태어난 아들이 현재 의사가 됐다”며 “내일은 일본 3대 경치 중 하나로 꼽히는 히로시마 현 앞바다의 ‘미야지마 섬(宮島)’에 갈 계획인데, 시간이 되면 방문해 보라”고 권했다.


조는 현재 마이애미에 살고 있지만, 자신이 태어난 필라델피아에 대해 끊임없는 자랑을 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도시고, 미국 해병대가 탄생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초의 경영 대학원인 와튼 스쿨도 있다는 등 여러 말을 해서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함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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