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과 사슴 공존하는 ‘미야지마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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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미야지마섬】어제 히로시마성(広島城)에서 만난 미국인 조(Joe)의 권고를 받아들여 14일 오전 일찍 미야지마 섬(宮島)으로 향했다. 사실 다른 이들도 히로시마에 가면 미야지마를 꼭 가보라고 권유했었다. 

 

미야지마에 있는 ‘일본 3경(日本三景)’ 표지석.

한국인은 물론 여러 나라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야지마는 일본의 3대 경치라는 ‘일본 3경(日本三景)’ 중 한 곳이다. 나머지 두 곳은 미야기현 ‘마츠시마(松島)’와 교토부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를 꼽는다.

 

히로덴미야지마구치역. 바로 앞이 미야지마 섬으로 향하는 페리 선착장이다.

숙소 인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広島平和記念公園)에서 미야지마까지 45분 정도 걸려 가는 페리가 있다고 하는데, 다른 경로를 택했다. 두 개 노선의 노면전차를 갈아타고 종착역인 히로덴미야지마구치역(広電宮島口駅)에 도착하니 바로 앞이 페리 선착장이다.

 

미야지마섬 페리 승선권 자판기 안내.

선착장에서는 미야지마 섬(宮島)이 바로 앞에 보인다. 배로 5분∼10분 거리인데, 줄 서는 것까지 감안하면 20분 이상 소요된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마틴과 마테이(좌측).

JR페리에 탑승했는데, 옆자리의 남성 두 명이 말을 건넨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마틴(Martin, 42)과 마테이(Matej, 36)다. 슬로바키아 국적의 외국인을 대하기는 처음이다.

 

마틴과 마테이가 페리 위에서 도리이를 촬영하고 있다.

두 명 모두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다. 서로 6살 나이 차이가 있지만, ‘친구’라고 한다. 가족·친척이 아닌 연상·연하 남자 커플은 잘 이해되지 않지만, 표정이 너무 선해 그냥 믿기로 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와 다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마테이의 남동생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독일 만하임(Mannheim)에 살고 있다고 한다. 

 

JR페리가 미야지마에 도착해 배에서 하선(좌측)하거나,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

마테이는 “4일 전 일본에 도착해 교토와 나고야,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내일은 오사카로 떠날 예정인데, 전체 여행 일정은 8박 9일”이라며 “조만간 한국 방문 계획도 갖고 있다. 기회가 되면 슬로바키아로 여행을 와도 좋다”고 말했다.

 

미야지마 포트.

31㎢(937만7500평) 면적의 히로시마 현(広島県) 앞바다에 위치한 미야지마 섬은 히로시마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다. 일본인과 외국인 모두 많이 찾는다. 일본 학생들이 단체로 찾는 모습도 보인다. 


이쓰쿠시마 신사. ‘미야지마’는 크게 두 가지가 많이 거론된다. 첫째는 6세기에 지은 ‘이쓰쿠시마 신사(嚴島神社)’가 유명해 ‘이쓰쿠시마 섬(Itsukushima island)’이라고도 불린다.



1996년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쓰쿠시마 신사는 본사와 섭사(攝社, 본사에 모신 신과 인연이 깊은 신을 모신 곳)인 마로우도(客)로 이뤄져 있다. 모두 21채의 건물이 있고, 각 건물들은 붉은 칠을 한 회랑으로 연결돼 있다.

 

가면극 노(能) 공연.

가면극을 관람하는 관광객들.

전통악기 연주.신사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봤다. 건물들 사이에 있는 무대 노부타이에서 전통 가면극 노(能) 공연이 진행됐다. 한 사람이 탈을 쓰고 몸짓으로 하는 공연이다. 옆에는 흰색 옷을 입은 전통악기 연주자들이 있다.

 

이쓰쿠시마 도리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빨간 ‘도리이(鳥居, torii)’는 사진 명소다. 도리이는 일본 신사의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놓는다.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과 비슷한 느낌이다.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사슴.

미야지마에서 유명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슴’이다. 배에서 내려 미야지마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린 시절, 시골 외양간 냄새를 맡았다.

 

전단지를 먹는 사슴.

사슴은 겁이 많아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기 바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미야지마 사슴들은 놀랍게도 사람들 곁에 태연하게 다가온다. 

 

할머니 가방을 노리는 사슴.

먹이를 구하기 위해 관광객들의 가방을 물려고 덤벼드는 경우도 보인다. 배가 고파서인지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주는 미야지마 안내지도 종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기도 한다.

 

관광객과 함께 산책하는 사슴.

사슴은 관광객들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려고 옆으로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편하게 앉아 있거나. 많은 관광객 사이를 사람인양 함께 거닐기도 한다.

 

앉아서 쉬고 있는 사슴.관광객들도 도망가지 않는 사슴을 신기해하면서 사진촬영을 하며 어울린다. 사슴이 많아서 그것도 잠깐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슴이 곁으로 와도 무신경해진다. 

 

보조배터리 케이블을 물어가는 사슴.

벤치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어느 순간 사슴이 다가와 보조배터리 케이블을 물고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관광객이 사슴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함께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영국인 여성 관광객 제스퍼(Jasper, 55)는 “미야지마 사슴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이 천적이 아니라 가끔씩 먹이를 나눠주는 호의적 상대라는 것을 학습한 거 같다”며 “이유야 어떻든 이쓰쿠시마 신사와 사슴이 미야지마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야지마 상가.

상점에서 판매하는 사슴 인형.

미야지마 사슴은 예전에 많았다가 태평양전쟁 직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현재의 사슴은 나라현(奈良県)에서 갖고 온 개체들이다.

 

5층탑 ‘고주노토’.

미야지마에는 이쓰쿠시마 신사와 사슴 외에도 모미지다니 공원(紅葉谷公園), 오모토 신사(大本 神社), 호코쿠 신사(豊国神社)와 바로 옆 5층탑 ‘고주노토(五重塔)’, 전망대, 로프웨이, 3시간·4시간·6시간으로 나뉜 관광산책코스 등 볼거리가 많다. 바쁘지 않으면 1박2일 또는 2박3일 천천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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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4 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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