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칸쿤】멕시코 칸쿤(Cancún)의 3일째 묵고 있는 리조트에서 멋있는 재미교포 어르신들을 만나 뵙게 됐다.
현지시간 1월 2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월 30일 자정), 칸쿤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 지역에 위치한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호텔 앤 리조트(Grand Sunset Princess Hotel and Resort, 이하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산책로에서 재미교포 어르신들을 만나 오래간만에 한국말로 인사를 나눴다.
좌측부터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박장열·강박문 어르신이 사진촬영 요구에 응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세 90의 동갑내기인 박장열·강박문 어르신은 이구동성으로 내게 “멕시코에서 살고 있는 교포냐”고 물으신 뒤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자 다소 의아해하셨다.
박장열 어르신은 “그 먼 한국에서 어떻게 부부만 여기까지 오게 됐느냐”고 재차 물으신 뒤 “우리 두 사람 부부를 비롯한 ‘쓰리 커플’과 비슷한 연배의 여성 두 명인 ‘투 솔로’를 합해 모두 여덟 명이 미국 시카고(Chicago)에서 놀러 왔다”고 말했다.
강박문 어르신은 “우리는 남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애플투어’ 여행사에 예약해 이틀 전 칸쿤에 도착해 내일 3박4일 일정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의 산책로.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 일행 여덟 분 중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하신 강박문 어르신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아주 건강하신 모습이다.
박장열 어르신은 “옛날에 한국에 있을 때는 외국을 나가기가 참 힘들었다”면서 “아주 어렵게 외국을 나가게 될 때도 ‘반공교육’ 같은 걸 받아야 출국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참 좋은 세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칸쿤 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국 사람을 본 기억이 있는데, 숙소인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에서는 처음 만나는 한국분들이다. 식당에서 만나는 동양인 중 대부분은 중국인이었고, 간혹 태국 등 다른 나라 사람들만 봤다. 물론 한국사람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얼굴 생김만으로 국적을 알 수는 없다.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어르신들은 “번잡하지 않고, 조용해서 두 번째 찾는 아주 좋은 리조트”라면서 “기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면 다시는 이 리조트를 찾지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투숙객들만 이용 가능한 프라이빗 비치.
프라이빗 비치의 선베드.
붐비지 않는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수영장.
실제로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투숙객들만 이용 가능한 프라이빗 비치에는 선베드가 여유 있게 놓여 있어 자리 다툼을 벌일 필요가 없다. 4개의 대형 수영장도 붐비지 않아 편안하게 누릴 수 있다.
어르신들은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된 이후 현재 분위기가 어떻냐?”면서 “뉴스를 통해 한국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칸쿤으로 여행을 오신 교포 어르신들과 그랜드 선셋 프린세스 산책로에서의 기념촬영.
나이가 많이 어린 우리 부부에게 헤어지는 순간까지 차분한 어조로 경어를 사용하시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나먼 이국에서 평생 성실하게 살아오신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