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도협 트레킹, “다리는 떨렸지만, 가슴은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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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호도협 트레킹, “다리는 떨렸지만, 가슴은 벅찼다” 이정성 기자 2026-05-24 01:10:24

【에코저널=호도협】죽기 살기로 걸었다. 남은 인생에서 언제 또다시 찾을지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리장고성 내부 상점 사이 벽에 걸린 ‘차마고도’ 나무지도.

‘리장고성(丽江古城)’ 상점 사이 벽에 걸린 나무 지도에서 본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나를 더욱 자극했다. 지도에는 중국 운남성(雲南省, 윈난성)과 사천성(四川省, 쓰촨성)이 티벳, 네팔, 인도로 이어지는 5천km의 차마고도 출발 지점이라는 표시가 있다.

 

‘호랑이가 뛰어넘은 협곡’이라는 의미를 지닌 호도협(虎跳峽, 후타오샤)을 찾아 TV 화면으로만 봤던 ‘차마고도(茶馬古道)’의 느낌을 알고 싶었다.

 

중국 리장(丽江) 숙소에 예약한 3박4일 숙박을 마치고, 아침 일찍 캐리어를 보관한 후 떠난 호도협(虎跳峽) 트래킹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리장고성(丽江古城)’에서 오전 8시 50분, 모바일 앱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이용해 호도협까지 200위안(4만원)의 운임으로 차량을 호출, 이동했다. 길이 좋지 않은 산을 넘어 2시간 가까이 소요된 거리였지만, 운임은 저렴했다. 

 

호도협의 옥룡설산(玉龍雪山)과 합파설산(哈巴雪山) 이정표.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호도협은 옥룡(玉龍, 위롱쉐)설산과 합파(哈巴, 하바)설산 사이의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 장강(长江, 양쯔강) 상류 금사강(金沙江, 진사장)이 흐르는 협곡이다.

 

따리(大理)에서 샹그릴라(香格里拉)로 향하는 고속철도 안에서 터널을 지나 ‘금사강대교(金沙江大橋, 진사장다차오)’ 위를 통과할 때 승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절경이 호도협이다. 

 

호도협 트레킹 코스로 향하는 차량이 금사강대교 아래를 지나고 있다.

샹그릴라에서 리장(丽江)으로 향하는 고속열차에서도 금사강대교를 지났는데, 호도협 트레킹을 위해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다시 마주했다.


금사강대교 아래 도로를 지나자 곧 호도협 트레킹 장소 입구가 보였다. 큰 도로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는 서양인들이 보였지만, 5분 정도 산길을 더 올라간 뒤 차에서 내렸다.

 호도협 트레킹 구간의 노새.

호도협 트레킹 시작 구간의 마부와 노새.

오전 11시 30분, 해발고도 2200m의 나시객잔(纳西客栈) 앞에서 트레킹을 막 시작하려는데, 주변에 있던 마부가 한국어로 “말 타요”하고 권한다. 한국인 방문객들이 꽤 많았다는 반증이다. 마부는 ‘말’이라고 했지만, 암컷 말과 수컷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처럼 보였다.

 

자연보호, 안전 등에 관한 서약서를 작성하는 호도협 트레킹 관광객들.트레킹 시작 구간에서 호도협 미개발지역 안전사항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이름과 여권번호를 정확히 기재한 뒤 통과할 수 있다.

 

서약서를 작성한 뒤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해서 숨이 가쁘기 시작했다. 일주일 넘게 높은 고도에 위치한 지역을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다. 고지대에서의 빠른 걸음 또는 오르막을 오르는 일이 여전히 힘들다.

 

더욱이 여행객들에게 악명높은 호도협 트레킹 28구비 꼬부랑길인 28밴드(28 Bends)가 시작되는 코스라 처음부터 호흡이 쉽지 않았다. 트레킹코스 중간중간에서 마부들이 ‘말을 타라’는 권고를 이어갔지만, 나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가다 쉬기를 수 없이 반복했다. 잠시 길가에 쉴 때면 앞서가기 위한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며 지나갔다. 홍콩, 미국,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했다. 중국 현지인은 30% 정도였고, 나머지 70%는 외국인이었다.


산불진화장비.트레킹 코스에는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용으로 비치해 둔 장비도 보였다. 자연보호를 당부하는 안내판도 여러 곳에 설치돼 있었고, 사람을 감지해 스피커로 산불조심 등을 홍보했다.

 

트레킹 코스의 노점.한국어가 함께 적힌 메뉴판.트레킹코스에는 작은 노점들도 가끔 만나게 된다. 나시족 상인들이 견과류인 호두와 생수, 과일, 커피, 컵라면 등 먹거리와 우비 등을 판매한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찾았으면, 노점에 한국어로 적힌 메뉴판도 보일 정도다.

 

노점 옆 화장실.화장실 내부.상점 옆 화장실은 특히 여성 관광객들에게 반가운 장소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볼일을 치를 수 있다.

 

트레킹하면서 만나는 외국인들과는 가벼운 인사만 나누게 된다. 몇 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커플과는 노점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만나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율리아와 에디.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율리아(32, Yulia)는 “홍콩에서 공부했고,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m&m에서 물류파트 업무직으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동행자인 독일인 에디(Edi)와의 관계에 대해 “여행 친구일 뿐”이라며 “결혼은 전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글이 적힙 커피 컵.노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다 자세히 보니 컵에 한글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호도협의 호랑이 모형.
호도협에서 바라본 경치.호도협 절경. 인상리장 공연을 봤던 ‘옥룡설산’을 반대편에서 다시 바라보게 됐다.걷다가 힘들어 지칠 때면 새로운 절경을 만나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인상리장(印象丽江) 공연을 봤던 ‘옥룡설산’은 반대편에서 다시 마주했다. 관광객들에게 ‘호도협(虎跳峽)’의 의미를 알려주려는 의도인 듯 트레킹 코스에서 협곡을 향해 뛰어나갈 기세인 모형 호랑이도 만났다.

 

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을 때 10위안을 내야 한다는 표지판.위챗페이로 돈을 지불하는 관광객.포토스팟에서 사진을 찍을 때 10위안(2천원)을 줘야 한다는 표지판을 세워 놓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나시족 남자도 만났다. 일부 관광객들은 촬영장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돈을 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트레킹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멀리 보이는 금사강대교.금사강대교 아래에서 시작했던 트레킹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중에는 멀리 발 아래에 위치한 금사강대교를 만나게 된다.

 

깎아지른 낭떠러지.깎아지른 낭떠러지 옆 좁은 코스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짐을 싣고 차마고도를 지나던 말들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을 언젠가 본 기억이 생생했다.



차분히 걸어가다 보면 나시족이 방목한 염소들도 만난다. 멀리 산 아래 구불구불한 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차마객잔 야생 토종닭 농장’이라는 한글이 적힌 표지판.‘나무집 숯불 불고기’ 안내판.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이었지만, 결국 해발고도 2670m의 28밴드 정상을 밟았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걸어가는데, ‘차마객잔 야생 토종닭 농장’이라는 한글이 적힌 표지판이 눈에 띈다. 잠시 뒤에는 ‘나무집 숯불 불고기’라고 적힌 안내판도 민났다.

 

해발 2400m 차마객잔(茶马客栈)’으로 내려와 휴식을 취했다. 객잔 야외 라운지에서 절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차마객잔 포토스팟 의자와 테이블.맨 위에 한국어 낙서도 보인다.포토스팟으로 만들어 놓은 액자형 나무 테이블과 의자에는 여러 나라 언어로 낙서가 있었는데, 한국어도 보인다.

 

차마객잔 앞 벽면에 운남성 소수민족들이 적혀 있다.차마객잔에서 휴식을 취한 뒤 2시간 정도를 더 걸어야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절벽을 지붕 삼아 10여 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숙소를 예약한 마을.다시 트레킹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예약한 숙소가 있는 산 아래 마을이 보인다. 오후 5시 30분에 숙소인 ‘云途·山舍(운도·산사)’에 도착했다. 6시간 가까이 걷는 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았다. 몸이 무거우면 걷기 힘들 것 같아 물과 야크 육포만 먹었다. 트레킹 시간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배 이상 소요된 것 같다.

 

云途·山舍 간판.

숙소 창문에서는 옥룡설산이 아주 커다란 모습으로 보인다.‘云途·山舍(운도·산사)’의 모든 객실은 옥룡설산과 마주한다.숙소 한자 간판 아래에는 영어로 ‘Cloud Way(구름길)’이라고 적혀 있다. 숙소 문을 열어 보니 바로 앞에 옥룡설산이 다가와있다. 모든 피로가 풀리는 느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차마고도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다양한 절경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어떤 문장으로도 적절한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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