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한국 3대 관음성지 ‘해동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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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한국 3대 관음성지 ‘해동용궁사’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3)  
  • 기사등록 2024-02-18 08:17:51
  • 기사수정 2024-02-18 2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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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해운대 끝에서 미포언덕으로 조금 올라가면 폐철된 동해남부선 철로가 놓여 있다. 

 

폐철도.

어릴 적 학교 가는 지름길이 철길이어서 고향의 옛 추억을 생각하며 레일 위로 걸어보는데, 세 걸음 걷기가 힘들다. 

 

바람개비로 만든 태극기.

침목과 침목 간격도 어려서는 넓었으나, 지금은 좁아져 가끔은 종종걸음을 해야 한다. 철로 변 옹벽에는 바람개비를 접어 정성껏 만든 태극기가 살아 움직인다. 

 

달맞이 고개.

약 십 여리를 철길로 걸어가면 달맞이고개가 나오고, 철로 우측으로 청사포라는 포구가 나온다. 

 

구석기유적지 표식.

청사포(靑沙浦) 앞바다는 남해의 난류와 동해의 한류가 만나는 곳이다. 남해의 동쪽 끝이고, 동해의 남쪽 끝으로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이다. 옛날부터 물고기가 풍부하고 질 좋은 횟감이 많이 잡혀 국내 최초의 횟집이 생겼다고 한다. 부산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석기유적지가 이곳이다.

 

송정해수욕장.

청사포에서 조금 올라가면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파도가 잔잔한 송정해수욕장이다. 다른 두 곳과 달리 도심에서 벗어난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을 안겨준다. 

 

파도타기 하는 서퍼.

약간 늦은 시간이라 찾아온 사람은 적으나, 죽도공원 아래 아늑한 바다에서는 파도를 타는 서퍼(Surfer)들의 함성이 파도와 함께 메아리친다.

 

해동용궁사 표지석.

송정에서 약 십 여리 떨어진 곳에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가 있다. 해동용궁사는 공민왕의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懶翁和尙)이 1376년에 창건한 한국 3대 관음성지(觀音聖地)의 한 곳이다. 

 

해동용궁사 전경.

바다와 용과 관음대불이 조화를 이뤄 진심으로 기도를 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이 성취된다는 영험한 곳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좁은 길은 교행이 어려울 정도다. 

 

달마대사 상.

대웅전 앞 사사자 3층 석탑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불사리 7과가 봉안됐다고 한다. 108계단 초입에 달마상이 있는데 코와 배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속설 때문인지 많은 이들의 손때 묻은 자리가 번질거린다. 대웅전 앞으로 스쳐 지나가고 멀리 보이는 한국 최대 석상인 해수관음대불(높이 약10m)과 돌탑들은 멀리서 눈인사만 하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부산항대교 야경.

저녁에는 부산진구, 남구, 수영구의 경계를 이루는 전형적인 도심의 산 황령산(荒嶺山, 427m)으로 부산 야경을 보러 간다.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나, 낯선 곳으로 주변을 구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광안대교 야경.

멀리 부산의 밤을 지키는 부산항대교와 광안대교는 야광(夜光)을 한껏 발산한다. 낯에 포근해 밤에도 그럴 줄 알았던 부산의 날씨는 두 손을 자꾸 호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는다.

 

함지박청소년수련관.

아침에 눈을 뜬 곳은 ‘봉황이 날아드는 산’이라는 영도 중앙의 봉래산(蓬萊山, 395m) 자락의 함지박청소년수련관이다. 봉래산 정상에 올라서면 부산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토지측량의 기준이 되는 삼각점도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수련관에서 조반을 서둘러 하고 태종대(太宗臺)로 바삐 이동한다.

 

태종대.

태종대는 부산을 대표하는 100m 높이의 암석절벽이다. 울창한 숲이 굽이치는 파도와 어울려 절경을 이루는 명승지로, 영도 남단에 위치한다. 신라 태종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이곳에 와서 활을 쏜 곳이라 해서 이름 지었다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가뭄이 있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태종대 아침바다.

태종대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이면 대마도가 보인다. 등대를 중심으로 작은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신선이 놀았다는 신선바위, 왜구에게 끌려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망부석 등 기암기석(奇巖奇石)들이 즐비하다.

 

모자상.

봄기운이 아침 햇살을 통해 아주 강렬하게 다가온다. 태종대 모자상은 자식의 어떤 허물이라도 다 녹여버릴 것 같은 인자한 어머니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애기동백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의 전령 목련은 봄을 익혀가며 때를 기다린다. 

 

동백.

내가 동백과 목련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이 질 때 아무 미련 없이 어느 순간에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련 꽃망울.

동백은 송이채 뚝 떨어지고, 목련은 꽃잎이 왕창 떨어진다.

 

쓰레기의 분해 수명 탑.

태종대 순환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오는 지점에는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얼마나 오래갈까? 마을마다 자연사랑 손길마다 자연보호”라는 둥근 푯말이 서 있다. 스치로플과 유리병의 분해는 1천년, 컵라면과 알루미늄캔, 종이기저귀 500년, 양철깡통 100년, 나일론 30∼40년, 플라스틱 20∼30년. 우리가 함부로 버리면 다시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침묵의 경고를 보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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