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울진부군수가 폭파 위기서 구한 바위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울진부군수가 폭파 위기서 구한 바위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21)  
  • 기사등록 2024-04-21 08:47:41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아침 일찍 백암온천 숙소에서 나오는 도로변에는 배롱나무 붉은 꽃들이 늦여름을 불태운다. 

 

백암온천길.

녹음이 농익어 쪽빛 바다와 자웅을 이루는 현종산(懸鍾山, 416.7m) 자락의 망양정 옛터는 수호송(守護松) 세 그루와 정자가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40여 일 전과 변함없다. 철석이며, 밀려오는 파도소리도 다름없다. 그 사이 한여름 피서철이 지나갔고, 장마전선이 온 나라를 휘감다 떠났다. 

 

망양정 옛터.

망양정 옛터 아랫마을 앞 도로변에는 요즘 어획량이 적어 귀하디귀하다는 오징어가 아침 햇살에 맛이 익어간다. 오징어는 생물이든 건어물이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어종이지만, 물속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오징어 건조.

낯에는 수심이 200∼300m 정도의 심해에서 머물다가 밤이 되면 20m 안팎의 얕은 수심으로 올라오고,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징어의 성질 때문에 오징어 배는 밤에 밝은 집어등을 내걸고 촘촘한 낚시바늘에 형광물질의 인공 미끼를 매달아 잡는다.

 

기암.

하늘과 바다는 저 끝에서 수평선을 이루며 밤새 잠들지 못한 물결이 너울댄다. 바닷가의 기암(奇巖)들도 물결이 토닥거려준 모양대로 아침 햇살에 더 빛난다. 

 

해안초소.

눈이 부시게 더 푸르른 소나무 뒤에는 동해안을 지키던 초병(哨兵)들이 떠난 초소가 외롭다. 

 

망양휴게소.

자연이 만들어진 바위의 모양에 이름 하나라도 붙여준다면 덜 외로울 텐데 불러주는 사람 없어 더 고독하다. 그래도 해안 쪽 절벽에 자리 잡은 망양휴게소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절경(絶景)이다.

 

그물 손질.

망양휴게소를 지나 도로 옆 넓은 공터에서는 주민들이 나와 고기잡이를 나가기 위해 그물 등 어구 손질에 바쁘다. 해녀들도 목 좋은 곳에서 물질하느라 두 다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고추 건조.

인적이 드문 어느 집 마당에도 붉은 고추가 햇볕으로 매운 맛을 키운다. 

 

오산리 어항.

뜨거웠던 여름날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것 같던 매화면 덕신리 해수욕장도 인적이 없다. 인근의 국가어항인 매화면 오산리 어항도 햇살만 쏟아질 뿐 고요하기만 하다. 

 

갈매기들의 망중한.

매화면에서는 봄철 매실과 두릅나물이 자라고, 가을에는 송이버섯이 많이 난다. 인근 바다에서는 오징어·고등어·광어·문어 등의 해산물과 전복 등이 잡힌다고 한다. 매화면 바닷가도 실바람에 살랑거리는 파도 앞에 갈매기들이 조용하게 도열한다. 

 

무명바위.

파도의 속삭임에 끌려 터덕터덕 걷다 보니 울진군 근남면 진복리 방파제를 뒤로한다. 뭐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 준 바위들이 고아처럼 서 있다.

 

촛대바위 전면.

근남면 산포리에 접어들면 917호 지방도로 상에 하늘로 솟은 바위 정수리 위에는 소나무가 촛불의 불꽃처럼 서 있다고 해서 ‘촛대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촛대바위 후면.

이 바위는 해안도로 건설 초기에 도로의 장애가 된다고 해서 폭파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당시 울진부군수인 장학중이라는 사람이 보존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 공사 중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형대로 남겼다고 한다. 이 바위 때문에 도로는 약간 ‘S’자로 굽어 시야를 가렸으나, 주변 풍광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은 일품이다. 

 

필자의 욕심 같아서는 안내판을 세워 보존 경위를 알려주고 싶고, 촛대바위와 함께 일명 ‘장학중바위’라고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다. 

 

개구리.

따뜻한 햇볕을 따라 나왔다가 길을 잘못들은 개구리는 도로의 높은 턱에 걸려 갈 곳을 몰라 어쩔 줄 모른다. 도로 밖으로 나가게 조금만 도움을 줬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후회스럽다. 개구리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무사하기를 빌면서 망양정에 도착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4-21 08:47:4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기사 이미지 <포토>‘어도를 걸을 때’
  •  기사 이미지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