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삼척 출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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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삼척 출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25)  
  • 기사등록 2024-05-05 09:26:55
  • 기사수정 2024-05-05 12: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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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해신당공원을 나와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막으로 올라가면 어촌정주어항인 길남항이 보인다. 

 

길남항.

해신당에 대한 정성어린 제사 덕분인지 바라보이는 동해바다가 맑고 푸른 물결을 일렁이며 평화로움이 끝없이 펼쳐진다. 바람이 만들고 물결이 다듬은 바위들도 평화롭다. 길남항 앞의 월미도는 일출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장호해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호항은 삼척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용화해변과 함께 백사장을 자랑한다. 흰모래사장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깨끗한 바닷물은 내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명경지수(明鏡止水)’다. 

 

장호항과 삼척해상케이블카 타워.

2017년 9월에 개통된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용화~장호해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쪽빛 바다와 기암과석의 조망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창 밖으로 보이는 수평선 끝은 어디가 바다이고, 하늘인지 구분이 힘들다.

 

용화해수욕장과 장호항.

용화해변에서 용화역∼궁촌역까지 운행하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발품을 줄일까 해보았으나 이미 표가 매진돼 고개를 하나 넘어 초곡해변으로 간다.

 

황영조 기념공원.

초곡항을 가는 길목에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공원’이 있다. 황영조(黃永祚)는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출신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경기 급경사 난코스인 ‘몬주익언덕’에서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경쟁선수들을 큰 차이로 벌리고, 1위로 골인한 뒤 쓰러져 ‘몬주익의 영웅’이 됐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 이후 56년 만에 이뤄진 일이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마라톤 사상 첫 금메달이다. 이곳도 밖에서만 구경하고 레일바이크 철로 위를 걸어본다.

 

레일바이크.

해변의 인어상이 있는 초곡휴게소에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던 손님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북적거린다. 지난여름에 피서객으로 붐볐을 초곡해변과 원평해변을 지나 궁촌리에 들어선다. 궁촌리는 고려왕조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恭讓王)과 그의 아들 왕석과 왕우 3부자의 무덤이라고 전해지는 곳이다. 일명 ‘궁촌왕릉(宮村王陵)’으로 불리며, 공양왕이 옮겨왔다고 하여 마을 이름이 ‘궁촌리’가 됐다.

 

초곡휴게소의 인어상.

공양왕은 고려시대 최후의 임금(재위 1389∼1392)으로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에 의해 창왕(昌王) 다음으로 실권이 없는 왕위에 오른다. 정몽주가 살해된 후에는 ‘덕이 없고 어리석다’라는 이유로 폐위당하면서, 고려는 34대 475년 만에 망한다. 공양왕은 폐위된 뒤 원주(原州)로 추방돼 공양군(恭讓君)으로 강등됐다가 2년 뒤에 삼척에서 살해돼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공양왕릉.

경기도 고양시에도 공양왕릉이 있는데,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고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 능에서는 근덕면 봉찬회에서 매년 3월에 날짜를 택해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부남리 해금강.

근덕면 부남리로 이동해 해변 길로 접어들었으나 군사용 철조망에 막혀 되돌아온다. 그래도 철조망 사이로 ‘부남 제2 해금강’이라는 바위가 있어 마음을 달랜다. 

 

탱자.

올라오는 길에는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南橘北枳 : 남귤북지)”가 됐다는 탱자가 노랗게 익어간다. 신맛이 강해 보기만 해도 침이 절로 나오는 탱자는 나무의 뾰족한 가시가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어 남부 지방에서는 울타리로 많이 심기도 했다.

 

출입을 막은 철조망.

부남해변에서 덕산항으로 이동하니 해가 많이 기운다. 오늘이 추분(秋分)으로 낯과 밤의 시간이 거의 같다는 절기다. 덕산항에서도 부남해변으로 가는 해변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는데,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닫혀버린 해변길.

누구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전망 좋은 곳은 군대 초소”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덕산항의 노을.

덕산항은 1971년부터 국가어항으로 관리해 오다가 최근에는 어획량도 줄고 어선 수가 줄어 지정해제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좌우에 설치된 부두를 돌아보고 나오니 덕산항 바다 위로 석양이 붉게 물들어 온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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