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바로우’ 원조 도시 하얼빈, 별미에 친절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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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꿔바로우’ 원조 도시 하얼빈, 별미에 친절은 덤
  • 기사등록 2024-02-27 23:10:35
  • 기사수정 2024-03-02 0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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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하얼빈】하얼빈시(哈尔滨市)에서 만난 중국인 대부분은 매우 친절했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표정과 몸짓으로 설명한 뒤 미소로 호감을 표시해 줘 외국인의 기분을 좋게 해줬다. 

 


731부대 기념관 안내 데스크 직원은 한국인에게 통역기 사용을 권했고, 안중근 의사 기념관 직원은 유창한 영어로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지하철에서는 승차권 분실로 게이트를 빠져 나가지 못할 때 직원이 별도 출구로 내보내줬다.


하얼빈 숙소 치시 호텔 간판.

하얼빈에서 묵었던 숙소는 작은 규모의 ‘치시(Qixi hotel, 奇福)’ 호텔이다. 프론트 직원은 물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마주치면 항상 반갑게 인사해줬다. 찾았던 음식점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여서 하얼빈이라는 도시의 인상을 밝게 만들었다.

 

하얼빈 거주 조선족 박선희씨가 자신의 애완견을 안고 있다

중앙대가(中央大街) 주변 공원을 산책하던 중 이름이 ‘미미(6살)’인 푸들 강아지가 신발을 신고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만져주는데, 견주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미미 견주인 조선족 박선희씨는 자신을 “1964년 갑진년생인데, 돌아가신 아버님 고향이 경북 경주 아화”라고 소개했다. 하얼빈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을 전하자 박씨는 “중국 남방사람보다 북방 주민들이 많이 친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10년 이상 거주했다. 20년 넘도록 중국을 떠났다가 작년에 하얼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박씨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살았던 하얼빈에 오래간만에 돌아오니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남편은 한국에서 일하고 있고, 외동딸이 하얼빈에 있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국이 그립다”고 덧붙였다.

 

라오추지아의 장미 소스 꿔바로우.

‘꿔바로우(鍋包肉)’의 원조 도시인 하얼빈은 음식도 유명하다. 맛있는 음식이 가격까지도 저렴해 두 번 놀랐다. 


저렴한 음식 가격.

탕수육과 비슷한 꿔바로우는 돼지고기를 편으로 썰어 감자전분을 묻혀 바삭하게 튀긴 후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려 내준다.  가격은 식당에서 보통 20위안(3690원) 정도다.

 

꿔바로우를 처음 만들어 판 음식점 ‘라오추지아(老厨家)’ 간판에 처음 문을 연 해인 1907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하얼빈에서 꿔바로우를 처음 만들어 판 음식점은 ‘라오추지아(老厨家)’다. 라오추지아는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백종원이 세계 각 도시의 맛집을 소개하는 tvN 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하얼빈 라오추지아를 다녀 간 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라오추지아 내부 홀.

 

두부 만두 전문점 ‘장바오푸(张包铺)’.

 백종원이 먹었던 두부 만두, 갈비만두, 새우만두. 

백종원은 하얼빈에서 라오추지아 외에도 두부 만두 가게 ‘장바오푸(张包铺)’, 전병 가게인 라오창춘빙(老昌春饼) 등을 찾았다.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에서는 고객 스스로 양념과 소스를 만들 수 있다.

하얼빈에는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海底捞, Haidilao Hot Pot)’ 체인점이 많이 눈에 띈다. 종업원들이 춰주는 ‘나루토 춤’으로 유명한 하이디라오는 중국 본토와 우리나라는 물론 홍콩, 대만에 진출해 있다. 해외 자회사인 슈퍼 하이 인터내셔널(Super Hi International)은 싱가포르, 호주, 영국, 아랍에미리트, 미국에도 진출해있다고 한다. 

 

러시아 음식을 파는 식당도 많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브랜드인 KFC는 과장하면 필리핀의 졸리비(Jollibee) 수준으로 눈에 자주 띈다.


러시아 레스토랑 ‘타톡’ 간판.

타톡에서는 음악 연주도 하며, 종업원들은 러시아 복장으로 음식을 서비스한다. 

중앙대가에 위치한 러시아 레스토랑 ‘타톡(TATOC, 塔道斯西餐厅)’은 1901년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124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타톡 내부 홀.

타톡 음식. 뱅쇼 스타일 와인, 토마토 스프, 양고기 스튜, 새우튀김, 스파게티. 

차량공유 플랫폼 ‘디디추싱’ 스마트폰 화면. 

하얼빈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중국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적적출행(滴滴出行, 디디추싱)’을 이용했다. 그랩·우버와 마찬가지로 자가용 승용차를 앱으로 불러 이용하는데, 사전 등록된 신용카드로 결제되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디디추싱 요금은 가까운 거리는 10위안(1846원)이면 된다. 30분 정도 거리도 20위안(3690원)만 내고 탔다. 차량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시세가 변동된다. 배차가 안 될 때는 2천원∼3천원 정도를 더 주는 프리미엄 요금을 선택해 이용하기도 했다. 일반 택시를 타지 않는 이유는 현금 결제와 요금 시비를 우려해서다. 

 

스마트폰으로 큐알코드를 촬영한 뒤 알리페이로 전철 승차권을 결제하는 모습.전철 탑승을 위해 질서를 지켜 줄을 선 승객들. 전철 내부.

전철도 자주 이용했다. 1호선·2호선·3호선 3개 노선이 있다.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가까운 거리 요금은 2위안(370원), 조금 멀면 5위안(923원) 정도다. 매번 형식적인 엑스레이 투시 짐 검사 절차를 거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큐알코드로 전철 승차권을 구매하는 것만 빼고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환승시스템도 비슷하다.


 하얼빈 지하철역 내부가 넓다.

지하철역 내부에 주차된 경찰차. 진입 경로가 이해되지 않는다.

하얼빈 인민광장역.버스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장춘을 다녀올 때 이용한 고속열차는 내국인과 다른 별도의 줄을 서야 했고, 여권을 꼭 제시해야 했다. 

 

군고구마 노점상도 큐알코드로 결제 가능하다.

중국은 재래시장의 나물 파는 할머니, 군고구마 장사 아저씨에게도 큐알코드 결제 방식이 전파돼 있다. 현재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현금 대신 휴대폰만 갖고 다닌다. 한국 여행객도 큐알코드 결제를 위해서는 알리페이(支付宝, 즈푸바오) 또는 위챗(微信, 웨이씬) 앱을 휴대폰에 설치해야 한다. 

 

전철역, 건물 입구 등에 설치된 가림막,

주차장에 설치된 가림막.

특이한 것은 중국 하얼빈 건물 대부분이 입구에 이중·삼중으로 문을 설치해 지그재그로 출입하도록 한 것. 전철 출입구와 건물 출입문 앞에는 가림막을 별도로 만들어 외부의 찬 공기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 건물 주차장에도 가림막을 설치했는데, 차량 입·출입 때만 작동한다.

 

하얼빈은 추운 날씨 탓인지 건물 내부에 있는 시장이 많다.

하얼빈이 겨울에 러시아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영향을 받아 매우 춥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예방하고 있다. 여름에는 가림막을 철거할 것으로 보인다.

 

흑룡강성박물관 입구.

하얼빈시 난강구에 위치한 국립 흑룡강성박물관(黑龍江省博物館, 헤이룽장성박물관)은 흑룡강성에 대한 전시라기보다는 성도(成都)인 하얼빈에 대한 설명과 전시가 주를 이룬다.

 

흑룡강성박물관 전시물을 살펴 보고 있는 관람객들.

박물관 전시 내용에 따르면 하얼빈은 냉대 활엽수림 기후와 냉대 초원 기후가 공존하는 냉대 동계 소우 기후에 속한다.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다. 1월 평균최저기온은 -23.9℃, 평균최고기온은 -12.3℃이다. 

 

흑룡강성박물관 전시물.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을 뜻한다고 한다. 송화강과 아무르강에서 어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으로 붙여진 이름 같다. 길고 추운 겨울 때문에 ‘얼음 도시’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흑룡강성박물관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하얼빈 인구 대부분은 한족이다. 만주족이 하얼빈 소수 민족 인구의 64.52%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조선족 19.97%, 후이족이 6.41%다. 몽골족, 다우르족, 러시아족, 위구르족도 거주한다.

 

하얼빈의 상당한 지역은 본래 부여에 속했으며, 이를 고구려와 발해가 이어받았다. 그래서인지 하얼빈이 왠지 친근하다.

 

휴일인 일요일 중앙대가를 찾은 인파.

하얼빈을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관광지로 꼽히는 중앙대가(中央大街)에서는 휴일 몰려든 인파에 압사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의 러시아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는 보행자 전용 쇼핑거리로 차량 통행이 제한돼있다. 

 

성 소피아 성당.

중앙대가를 걷다 보면 1907년에 건축된 비잔틴 양식의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인 ‘성 소피아 성당(Saint Sophia Cathedral 또는 St. Sophia Church, 圣索菲亚大教堂)’도 만난다. 야경이 특히 멋진 곳으로,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

 

하얼빈 곳곳의 점포와 노점에서 자주 만나는 꼬치. 

한편 하얼빈에서 호텔 와이파이는 사용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주요 외신 인터넷 사이트부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자국에 불리한 외부 정보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채널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흑룡강대학.(黑龍江大學, 헤이룽장 대학·Heilongjiang University) 다음(https://www.daum.net/)으로 대부분의 메일을 받는데, 현지 와이파이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미리 가상 사설망인 VPN(Virtual Private Network) 유심을 구해 평소 사용하지 않던 아이폰에 넣어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쓰던 삼성 휴대폰과 노트북을 아이폰과 모바일 핫스팟으로 와이파이를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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