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너구리 등 모피 동물 전염병도 ‘우려’
기사 메일전송
고통받는 너구리 등 모피 동물 전염병도 ‘우려’ 휴메인 소사이어티, 중국 북부 현장영상 공개  
  • 기사등록 2024-04-17 09:37:50
  • 기사수정 2024-04-17 09:38:05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은 중국 북부 지역 모피농장에서 촬영한 현장 조사 영상을 공개했다. 전 세계적 모피 사용 종식과 함께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도 모피 사용 중단을 촉구하자는 취지다. 

 


해당 영상에는 여우, 너구리, 밍크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정형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며, 가금류와 함께 밀집된 우리에 갇혀 전염병 확산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12월 허베이성과 랴오닝성 북부 지역에서 이뤄진 모피 농장 현장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들은 “동물들에 대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과 식용을 위한 너구리 사체 판매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중국 모피·가죽 산업 협회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모피 생산량이 50% 감소했으며,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거의 90%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모피 생산량의 전반적인 감소치와 일치한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모피 생산국이지만, 동물 복지와 환경 측면에서 모피를 멀리하고자 하는 세계적 패션 시장의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조사관 샤오 첸(Xiao Chen)은 “우리가 방문한 모피 농장은 비좁고 열악한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반복해서 움직이는 정형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중국 내 모피 농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활력이 넘치는 동물들이 갈 곳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철조망 속에 갇혀 슬픈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이 동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무관심한 인간의 잔인함에 같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라고 밝혔다.

 


각 모피 농장은 작은 우리에 2천~4천 마리의 모피 동물을 사육하고 있었다. 밍크나 너구리를 가둬놓은 우리와 근접한 다른 우리의 동물과 철조망을 통해 접촉할 수 있어 질병 전염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영상을 접한 수의사 앨러스테어 맥밀란 교수(뉴 서레이 대학교)는 “수의학 미생물학자로서 너구리 우리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과 오리에 대한 차단방역이 부족으로 조류독감이 전파될 가능성이 보인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맥밀란 교수는 “접 접촉이나 대변 오염을 통한 전염 경로가 이미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조류 인플루엔자 사례는 이미 유럽 모피 농장에서 기록됐으며, 종 간의 근접성은 조류에서 포유류로의 전염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요인이 된다”며 “너구리의 높은 수용 밀도는 또한 포유류 숙주에 대한 바이러스 확산과 포유류 사이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균주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도살 방법도 문제다. 모피농장의 가장 흔한 도살 방법은 동물의 입과 직장을 통해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것이지만, 일부 농장에서는 밍크의 머리를 금속 기둥에 부딪혀 충격을 가하거나, 곤봉으로 머리를 내려쳐 숨을 끊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역에서는 모피 농장의 동물들을 kg당 2~3위안 정도에 식용으로 판매하는 시장들이 있다. 조사관들이 방문한 한 현지 식당에서는 너구리 고기 요리를 약 20위안(한화 약 3800원)에 판매하며 하루 42마리 분량의 너구리 고기가 소비된다.

 


한국HSI의 서보라미 정책국장은 “이번 중국 모피 농장 현장 조사에서 모피 산업에 내재된 동물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농장 내 정신적으로 불안한 동물들의 모습, 열악한 환경의 우리와 오물더미, 전염이 우려되는 동물매개 질병의 위협은 모피 산업이 묘사하려는 화려한 이미지와 극명히 반대되어 암울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소비자들이 모피농장의 비극적인 현실을 알게 된다면 모피 제품 구매해 착용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것”이라며 “실제로 3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모피 전시회에는 중국 모피 브랜드들이 참가해 한국을 주요 모피 수요 시장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모피를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모피 산업이 완전히 종식돼 동물 학대가 중단될 수 있도록 동참을 촉구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해동안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모피의 거래 금액은 미화 8207만759 달러로 약 1107억원(1달러 1350원 계산) 규모의 막대한 금액이다. 수입된 모피는 부위별로 다양하게 가공된 동물의 전신, 머리, 꼬리, 발 등이며, 국내에서는 진도, 대동, 선진 등 국내 모피 전문 브랜드가 중국산 수입 모피를 취급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는 모피의 대안으로 동물친화적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낫아워스, 비건타이거, 마르헨제이 등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4-17 09:37:50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기사 이미지 <포토>‘어도를 걸을 때’
  •  기사 이미지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