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오타와】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4월 23일부터 29일까지(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된다. 11월 부산에서 이어지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회의다. 

INC는 각국의 정부단과 이해관계자들(과학자,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협약의 세부 규제와 이행, 그리고 재원 방안 등에 대해 이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번 네 번째 INC는 처음 결의안에서 논의됐던 플라스틱의 전체 생애 주기(생산-소비-폐기) 관리에 대한 내용이 약화되고, 오로지 플라스틱 사용 후 관리·처리(Downstream, 다운스트림)에 대한 논의로 집중시키려는 흐름이 있어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INC-4를 플라스틱 조약의 중추적인 내용을 “만들거나 끊거나 하는” 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진행될 캐나다 오타와 샤우 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사진제공 ⓒBFFP) 

이에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업스트림(Upstream)’을 포함한 플라스틱 생애 전 주기를 다뤄야 한다고 외치고자 전 세계 시민들이 모이는 행진이 준비됐다. 

이번 행진의 주제는 ‘플라스틱을 시대를 끝내기 위한 행진(March to End the Plastic Era)’이다. 행진을 위해 캐나다 의회 언덕에는 오전 10시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모였다. 모든 대륙의 원주민과 원주민 지도자, 최전선 지역 사회단체, 기후 운동가, 청소년 지도자, 건강 전문가, 쓰레기 수집인(waste-picker), 환경단체, 과학자 등 200명 정도 모였다. 

이번 행진은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연대체, BFFP(Break Free From Plastic)가 이끌었다. 2016년부터 활동한 이 연대는 지금 전세계 3,000개 이상의 단체와 개인 서포터들과 함께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추진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들도 이 BFFP에 함께 활동하고 있다. 

행진에 참여한 참여자 가방에 BFFP의 ‘환경 정의를 위한 대표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제공 ⓒBFFP) 

행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원주민, 노동자, 청소년, 최전선 지역 사회 단체 등의 발언이 진행됐다. 그 중 ‘리버 워리어 인도네시아(River Warrior Indonesia)’의 설립자인 니나( Aeshnina 'Nina’ Azzahra)는 “저와 같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고통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취약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환경이 플라스틱이 없기를 원하지만, 부디 여러분의 부담을 지구 반대편에 두지 말아달라.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리버 워리어 인도네시아(River Warrior Indonesia)’의 설립자인 니나(Aeshnina Nina’ Azzahra)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 ⓒBFFP) 니나는 “여러분은 플라스틱 조약을 협상하기 위해 오타와에 온 어른으로서,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부단에 당부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재즈 악단이 행진의 시작을 열었다. 신나는 재즈 음악과 함께 사람들은 몸을 흔들며 음악과 함께 구호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Let’s go get’em! Let’s go get’em! (가자, 그들을 잡으러 가자!)”

BFFP(Break Free From Plastic)가 주최하는 March to End the Plastic Era 플라스틱을 시대를 끝내기 위한 행진 시작 직전.(사진제공 ⓒBFFP) 

캐나다 의회에서 시작된 행진은 INC-4가 진행되는 샤우 센터(Shaw Centre)까지 이어졌다. 행진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피켓을 들고 여러 구호를 외쳤다. 

“Cut plastic production NOW!”, “Less plastic MORE LIFE!” 대문자 단어가 있는 부분은 함께 외치기도 하면서 행진을 이어갔다.

세대를 넘어서는 독성 노출을 끝내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전세계 활동가들이 행진하고 있다.(사진제공 ⓒBFFP) 

샤우 센터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행진을 멈추고, 서로 돌아가며 발언을 이어갔다. 인종, 나이,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플라스틱이 우리의 삶, 지역, 지구을 어떻게 오염시키고,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이 전한 이야기는 다 달랐지만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는 바로 “더 이상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즉 플라스틱 원료 생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환경연합,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99% of plastics fossil fuels(플라스틱의 99%가 화석연료)”라고 적혀있는 깃발을 들고 지구의 벗 활동가들과 함께 서 있다.(사진제공 ⓒ 서울환경연합) 

지금까지 INC에서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규제 내용 삭제를 요구하는 등 협약에서 생산감축을 제외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한국 등은 생산 감축보다는 폐기물 ‘재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INC-4에서 생산 감축 내용이 담길지가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주목해서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