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으로 직접 길러보는 가정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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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버섯을 사랑하게 된 동기는 "버섯은 잎도 없고, 뿌리도 없고, 꽃도 피지 않지만 우리 인간에게 건강 청정식품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잎이 없어 엽록소도 없고, 뿌리가 없어 연약한 미생물이며, 화려한 꽃도 없지만 대신에 강력한 기능성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모든 만물을 평등하게 창조하셨기에 무엇이 없으면 대신에 다른 달란트를 주신 것을 깨달은 순간 감사함을 느낀다.

버섯은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탄소동화작용을 못하고 직사광선을 받으면 죽는다. 그래서 가정의 햇빛이 들지 않은 거실이나 욕실에서도 버섯은 자랄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영양을 흡수하는 형태도 식물과 완전히 달라 버섯은 섬유소나 리그닌을 분해함으로서 영양을 흡수한다. 그래서 버섯은 우주 삼라만상의 생태계에서 식물처럼 생산자도 아니요, 동물처럼 소비자도 아니다. 생태계에서의 분해자 또는 환원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다. 미생물 중에서도 버섯은 곰팡이 균에 속한다.

우리 인간에게 유용한 곰팡이 균인 버섯은 단백질, 당류, 유기산, 비타민, 지방 등의 영양소 공급으로 1차적 기능을 하며, 색과 향기와 같은 핵산관련물질인 기호성에 의한 2차적 기능과 인체의 생체조절기능, 항상성유지, 항산화효과, 성인병 예방, 약리효능의 3차적 기능이 있다.

버섯은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식품과 새로운 의약품개발 가능성이 높다. 식용, 기능성물질로 인한 약용개발의 탐구는 버섯자원을 무궁무진한 개발자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버섯의 재배역사는 1145년 김부식의 삼국사기로 선덕여왕 3년에 목균인 금지(金芝)와 지하균인 서지(瑞芝)를 왕에게 올렸다는 것이 시초다. 그 후 동의보감에 버섯의 약용법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버섯이 발생돼 땅위에서 생활하는 것은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균사상태로 땅속이나 부식토, 고목과 같은 유기물 속에서 생활한다.

AD 600년경 처음으로 목이버섯이 인공재배되고, 약 900년 전에 표고버섯이 중국에서 재배되었고 1650년대 프랑스에서 양송이 재배에 성공했으며 한국에서는 1930년대 표고의 인공재배가 시도되었고 느타리, 양송이, 영지, 팽이 등이 인공재배 되었다.

최근에는 병재배 버섯이 확산돼 팽이버섯이 주류를 이루며 느타리버섯, 영지, 만가닥버섯, 큰느타리(새송이) 등이 재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재배방법은 인공으로 대량 생산해 시장에 유통시키는 전문적인 생산에만 치중을 두었다. 그러나 보다 한걸음 나아가 일반가정에서 학생, 주부, 직장인 누구나 다양한 버섯을 직접 길러보면서 관찰도 하고, 버섯 특유의 형태나 색택을 감상하는 소위 가정버섯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1.가정에서 버섯을 직접 기를 수 있을까?
가정버섯이란 다양한 식용, 약용, 관상용버섯을 가정에서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용기를 이용, 소단위로 다양한 버섯을 취미로 재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가정용 버섯에 쓰일 수 있는 배지는 각종 톱밥, 폐면, 원목, 볏짚, 기타 첨가재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각종 버섯을 발이 직전 단계까지 배양한 후 가정에 보급해 가정에서 직접 재배하기 때문에, 신선한 무공해 버섯을 생산, 요리를 할 수 있다. 관상용 및 학생들의 관찰용으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버섯을 수확한 후 배지는 화분용토와 섞어 사용할 수가 있어 일반 가정에서 순환농법을 실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가정버섯의 특징은 가정에서 손쉽고 값싸게 버섯재배를 할 수 있도록 버섯재배용기를 이용한 방법인데, 지금까지는 가정이 아닌 일반 버섯재배농가의 시설을 이용해 볏짚, 페면, 톱밥 등을 주재료로 하여 균상재배나 상자재배해 대량 생산하는 체제였다. 이 방법은 여러 단계의 유통경로를 거침에 따라 신선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면서 관상ㆍ관찰의 취미 영역을 가미한 것이다.

특히 영지버섯은 뛰어난 외형 때문에 예전부터 장식용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근래에 인공재배가 가능해져 다양한 품종의 육성으로 형태, 색, 크기, 광택 등이 다양해졌으며 이에 착색까지 시켜 관상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편 서양에서는 광대버섯(Amaita muscaria(Fr.) S.F. Gray)가 행복과 신의 상징으로 귀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러시아인들 역시 버섯을 좋아해서 부활제에는 나무로 만든 버섯 안에 초콜렛을 넣어 선물하기도하고 축제날에는 장식물로도 이용한다.

우리의 먹거리 역시 무농약농법, 천적을 이용한 병충해 방제 등의 친환경농법을 이용해 재배한 농산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친환경농법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은 아직도 일부에 지나지 않은데다 중국산이나 국적을 알 수 없는 농산물들이 범람하고 있는 요즈음, 집에서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는 농작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콩나물재배기야 그 역사가 좀 있다고는 해도, 요새 화원에 가보면 상추나 고추, 오이, 호박묘목, 심지어는 딸기묘목까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실제로 옥상이나 집 앞 뜰에 이 같은 채소류가 심겨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버섯도 콩나물을 길러 먹듯이 집에서 직접 길러 먹을 수 없을까? 그런 질문을 종종 이메일이나 전화로 받을 때가 있다. 버섯씨앗을 어디서 구해야 하느냐는 것이 주된 질문이다. 팽이버섯이나 양송이처럼 가정에서 쉽게 재배하기 힘든 버섯을 집에서 기르고 싶다는 분도 계신다.

외국에서는 가정에서 간단히 버섯을 재배할 수 있는 '홈킷(home kit)'이 버섯 종류별로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허브화분처럼 간편하게 기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Gourmet Mushroom'은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을 기를 수 있는 일종의 버섯화분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4∼17달러 정도다.

실내온도만 유지되면 어디서나 버섯이 발생하기 때문에 책상이나 식탁 혹은 실내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버섯 애호가에게 좋은 선물로 통하는데, 일정시간이 지나 버섯이 자라면 채취해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섯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용으로도 좋다.

집에서도 직접 버섯을 길러 먹을 수는 있다. 직접 기를 수 있는 품종은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상황버섯, 동충하초, 영지 등이 있다.

버섯은 습하고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자란다. 농장에서는 버섯을 재배하는 환경이 수확량 및 버섯의 품질과 직결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환기, 습도, 온도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가정에서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버섯이 자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단, 농장에서 재배한 것과 같이 '잘생긴' 버섯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언젠가 그냥 내버려둔 버섯배지에서 사람머리만큼 큰 느타리버섯을 본 적도 있다. 정성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어쨌든 집에서 버섯을 기르는 것은 가능하다.

<글·장현유 교수 hychang@kn.ac.kr/한국농업전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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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2-15 0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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